서울 구의동에 사는 주부 신명숙(52)씨는 지난해 난생 처음 미국을 찾았다가 5년 만에 다시 만난 은석(9)이를 얼싸안고 함께 대성통곡을 했다. 신씨는 은석이가 갓난아이였을 때부터 미국에 입양 보내기 전까지 4년 간 맡아 키운 위탁모이다. 건강이 좋지 않았던 은석이는 항상 애틋한 아이였다. 찹쌀죽을 2년 동안 끓여 먹이며 설사를 고쳤다. 은석이도 신씨를 유난히 따라 밤이면 베개를 들고 엄마(신씨)를 찾았고, 미국으로 떠날 때 그 베개를 가지고 갔다. 울며 불며 떼어놓은 은석이를 잊지 못하고 있던 신씨는 지난해 10월 대한사회복지회의 도움으로 미국 뉴욕에 갔을 때 은석이를 수소문해서 다시 만났다.
신씨는 "반가운 마음에 서로 얼싸안고 대성통곡을 했다"며 "우는 은석이를 보며 마음이 아팠지만, 그래도 5년 이라는 시간 동안 나를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기쁘고 고마웠다"고 했다. 은석이는 이제 한국말을 잊어버렸지만 신씨가 보여준 옛날 사진을 보며 계속 울었다고 한다. 신씨는 "양부모가 무척 좋은 분들이어서 마음이 놓였다"고 했다.
가정위탁의 날(5월 22일)을 앞두고 17일 서울 압구정동에서 대한사회복지회 주최로 '위탁모의 날'행사가 열렸다. 위탁모로 활동하는 150여명이 모였고, 신씨는 이 자리에서 은석이와 함께 했던 사연을 수기로 써서 발표했다. 신씨 부부는 친자녀로 성인이 된 남매 둘을 두고 있고, 부부 모두 아이를 무척 좋아해 14년간 34명의 아이들을 돌봤으며 지금도 1명을 돌보고 있다.
보건복지부도 18일 가정위탁의 날 행사를 열고 위탁부모 4명 등 총 13명에게 보건복지부장관 표창을 할 예정이다. 공부 잘하는 위탁아동의 학원비 마련을 위해 아르바이트도 마다 않는 위탁모, 위탁가정에서 안정을 찾고 건강하게 성장한 청소년 등의 사례 등이 소개된다.
위탁가정 제도는 양육포기, 이혼 등의 사유로 친부모의 돌봄을 받지 못하는 만18세 미만 아이들을 일반 가정이 맡아 키우도록 하는 것이다. 친부모의 친권이 유지된다는 면에서 입양과 차이가 있다. 위탁기간은 평균 4~5년이다. 입양 보내기 전의 갓난아이부터, 갑자기 가정을 잃은 청소년까지 아동의 연령은 다양하다. 복지부 관계자는 "돌볼 곳 없는 아이들이 시설로 보내지는데, 시설보다 가정에 맡겨지는 것이 아이들에게도 좋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위탁아동은 1만5,486명이었다. 위탁아동은 기초생활수급자로 인정돼 생계비(월 36만원), 의료ㆍ교육급여가 지급되며, 위탁가정에는 월 12만원의 양육수당이 지급된다. 상해보험료(1인당 1년 7만원 이내), 심리치료시 치료비(월 20만원)도 지원된다. 전국 18개 가정위탁지원센터나 대한사회복지회(02-552-7740) 등에 신청하면 된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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