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을 재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박윤해 부장검사)은 17일 특수부 검사 3명과 형사부 검사 2명을 추가로 수사팀에 합류시켰다. 진경락(45ㆍ구속기소) 전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기획총괄과장의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에서 확보한 400여 건의 사찰문건을 일일이 검증해 불법성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조치다.
이들 문건에 등장한 사찰 대상은 이명박 대통령과 현 정권을 비판했던 여야 정치인, 노무현 정부 당시 임명된 공공기관장 등이 대다수지만 민간 기업인도 일부 포함됐다. 검찰은 2010년 불법사찰 사건 1차 수사 당시 민간인인 김종익 전 KB한마음 대표가 사찰 피해자라는 점을 밝혀냈지만, 추가 민간인 피해자는 더 이상 확인하지 못했다. 이 사건이 불러온 정치적, 사회적 파장을 감안하면 당시 수사팀의 성적은 초라한 편이다.
재수사에 나선 검찰은 이처럼 곱지않은 시선을 의식한 듯, 새롭게 드러난 사찰문건에서 민간인 사찰 피해자로 분류할 수 있는 대상을 추리고 있다. 우선적으로 거론되는 인물은 대한전문건섭협회 회장을 지낸 박덕흠 새누리당 국회의원 당선인이다. 전문건설협회와 박 당선인의 개인사업체는 2009년 상반기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의 세무조사를 받았다. 박 당선인은 2008년 9월 작성된 지원관실 보고서에서 '호남지역 인사들을 협회 요직에 중용하고 비호한다. 적당한 시기에 수사를 받도록 해야 한다'는 설명과 함께 조사대상자로 분류됐다.
당시 지원관실 내부에서도 박 당선인에 대한 사찰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한 인사는 "박 당선인을 뒷조사하려는 움직임이 있어 '협회는 민간단체이기 때문에 사찰 대상에 포함해서는 안 된다'고 여러 차례 경고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지원관실이 직접적 사찰 대신 세무조사라는 간접적 방식을 택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박 당선인은 자신에 대한 사찰 의혹에 대해 "황당하고 유감스러울 뿐"이라고 밝혔다.
철도전기신호업체인 태정전척(현 서우건설산업)에 대한 사찰 의혹도 수사 대상이다. 검찰은 이 회사가 코레일이 발주하는 사업을 잇달아 따내자 2009년 경찰 수사와 세무조사가 동시에 이뤄졌던 점에 주목하고 있다. 지원관실이 누군가의 지시를 받고 세무조사를 '기획'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검찰은 당시 세무조사에 관여한 국세청 직원을 최근 소환해 경위를 추궁했다.
문제는 민간인 불법사찰에 대한 법적 처벌을 위해서는 사찰행위로 인한 피해가 명백히 드러나야 하고 사찰 피해자의 적극적 진술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김종익 전 대표가 사찰 피해자로 알려진 이유도 지원관실 직원들이 김 전 대표를 KB한마음 대표직에서 강제로 사임하게 하고 사무실을 무단으로 수색했던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전직 지원관실 소속 한 인사는 "2010년 김종익씨에 대한 PD수첩 보도로 불법사찰 의혹이 불거지자 태정전척에 대한 세무조사 의뢰의 불법성 여부를 논의한 적이 있었는데, 법적으로 문제될 것이 없다고 결론 내렸다"고 전했다. 김갑배 변호사는 이에 대해 "제3자로부터 얻은 탈세 정보를 국세청에 알리고 이첩했다면 처벌규정이 없지만, 대상을 직접 고른 뒤 정보수집을 했다면 사생활 침해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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