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정당이 다른 정당 국회의원 당선자의 집단 퇴진을 요구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자칫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새누리당은 종북 성향을 지니고 대한민국 정체성을 인정하지 않는 통합진보당 일부 의원들의 국회 입성에 제동을 걸겠다며 법률적 검토 등의 강수를 꺼냈다.
일단 더 이상 통합진보당의 자체 해결을 기대하기 난망해졌기 때문이라는 게 새누리당의 주장이다. 새누리당 지도부도 "이제 당내 문제를 넘어섰다"면서 "개개인이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직을 국가관을 분명히 밝히지 않는 인사들이 차지할 경우 국가 안보가 흔들릴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은 특히 이들이 국회 상임위에 진입해 주요 국가기밀에 접근할 경우를 우려하고 있다. 종북 성향이 문제되는 의원이라 해도 방위사업 현황을 알 수 있는 국방위를 포함해 외교 전략을 다루는 외교통상통일위, 치안 업무를 다루는 행정안전위 등에 진입하는 데 아무런 제약이 없다. 통합진보당이 야권연대를 들이밀며 상임위원장 자리까지 거머쥘 경우 더 심각해진다는 게 새누리당의 판단이다.
국회의원은 비(非)회기 중이더라도 상임위 소관 부처뿐 아니라 거의 모든 부처를 상대로 자료를 요구할 수 있다. 정보위의 경우 비교섭단체 의원 진입을 제한하고 있지만 접근 루트가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기밀에 접근하려면 비밀취급 인가권이 있어야 하는데 국회의원은 아예 심사 대상에서 제외돼 얼마든지 열람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대한민국 정체성을 담은 헌법을 준수하겠다는 내용이 국회의원 선서문에 들어 있음에도 종북 성향 의원들이 북한의 3대 세습 등에 대해 명백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점을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통합진보당 구당권파 일부 의원들은 관련 질문에 "북한 문제는 북한 내부의 시각으로 봐야 한다"는 이른바 '내재적 접근법'을 제시하고 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이석기 당선자만 해도 주체사상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국민을 위해 살고 싶은 마음이 내 사상'이라며 요리조리 피해가지 않았느냐"고 비판했다.
새누리당은 일단 종북 논란 의원의 국회 입성 사전 차단에 화력을 집중할 방침이다. 일단 국회에 들어와 면책특권과 불체포 특권을 들어 버티기에 돌입하면 통제할 방법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국회의원 제명 요건을 완화하는 것도 개헌 사안인 만큼 현실적으로 힘들다. 한 율사 출신 의원은 "선거무효 소송이나 당선자 지위 박탈 가처분 신청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으나 현실적으로 당선자들의 국회 입성을 저지하는 방안을 찾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편 바른사회시민회의(박효종 서울대 교수 등 공동대표 6명)는 이날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부정한 방법과 동원된 폭력은 대한민국을 부정하고 종북주의를 신념으로 믿는 자들을 국회의원으로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며 통합진보당에 대한 국고보조금 지원 중단과 통합진보당 해체 등을 촉구했다.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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