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학번 선배들의 7,700만원 십시일반 모금이 등록금 때문에 학업을 중단하려던 후배를 붙들어 놓았다. 비싼 등록금을 마련할 길이 없어 다음 학기 군입대를 결심한 서강대 전자공학과 김종윤(20ㆍ1학년)씨가 이런 경우다. 얼굴도 모르는 같은 학과 대선배 졸업생들이 마련해준 장학금 덕택이다. 최근 전자공학과 장학위원회 심사를 거쳐 첫 수혜자로 선정된 김씨는 "뜻밖의 큰 돈(474만2,000원)을 받아 얼떨떨하다"며 "학업에 집중하고, 형편이 나아지면 뒤에 반드시 후배들에게 갚겠다"고 다짐했다.
후배들이 계속 공부할 수 있도록 도운 건 이 학교 전자공학과 77학번 졸업생 22명이다. 이들은 졸업 30주년을 맞아 장학금 7,700만원을 마련했다. 후배 장학금 용도였다. 전자공학과 동문회장이자 77학번 대표인 류영렬(53)씨는 "졸업 30주년 기념해 장학금을 모았지만, 이 전통이 78, 79학번으로 쭉이어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릴레이 장학금' 아이디어는 지난해 10월 이들이 삼삼오오 모인 자리서 나왔다. 한 참석자가 "고교 동문행사 때 한 친구가 학교에 기부금을 내니까 다른 친구들도 따라 내더라"고 하자, 류씨가 '졸업 30주년'에 끼워 맞춰 제안한 것이다. 졸업연도는 달라도 1981년부터 졸업했으니 30주년(2011년)을 맞아 후배들을 위해 선배들이 한번 나서보자는 취지였다
류씨는 이튿날 77학번들에게 메일을 보냈다. 목표액은 77학번을 뜻하는 7,700만원.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해외 거주 동문까지 연락을 해왔고 11일 만에 목표액이 찼다.
장학위는 등록금을 벌려고 과도하게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 잠재력이 있는 학생, 장차 후배를 이끌어 줄 수 있는 학생 등 사연 있는 학생들을 매 학기 선정해 장학금을 주고, 수혜 학생 규모도 늘릴 계획이다. 장학위원장을 맡고 있는 최용 전자공학과 교수는 "이번엔 78학번이 장학금 마련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77학번 졸업생들은 25일 학교 축제 전자공학과 주점 행사에서 김종윤씨에게 장학금을 전달할 예정이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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