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수학 영어의 수준별 시험으로 개편되는 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출제 유형과 문제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예비시험이 17일 대전, 충남 지역 고교 2학년 재학생 3만9,121명을 대상으로 치러졌다. 현행 수능은 '범교과적 출제'가 강조돼 교과서 밖에서도 문제가 나왔지만 이번 예비 시험은 교과 중심으로 문제가 출제됐다. 전문가들은 교과서와 학교 수업 중심으로 수능 대비의 방향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시험은 국어 영어 수학 3과목을 난이도에 따라 현행 수능 수준인 B형과 그보다 쉬운 A형으로 구분해 수험생이 선택 응시할 수 있도록 했다. 시범 실시된 대전 충남 이외 지역에선 문답지만 배포했다. 내년 실제 수능을 치르는 고2 학생을 대상으로 치러졌지만 출제범위에 고3 과정이 포함된 점을 감안해 학생들의 성적은 공개되지 않는다.
국어-화법 작문 문법 비중 늘어
듣기평가(5문항)가 폐지된 국어 영역에선 화법, 작문, 문법 문항이 기존 7개에서 15개(전체의 33%)로 늘어나 비중이 높아졌다. A형은 지문 길이가 짧아지고 질문이 단순화되는 등 전반적으로 쉬운 것으로 평가됐다. 현 수능과 비슷한 난이도의 B형은 '반대 신문식 토론', '서사적 기능', '연음' 등 생소한 용어가 등장해 학생들에겐 다소 어려웠을 것으로 분석됐다.
새로운 유형의 문제로는 삼촌과 조카의 대화에서 나타난 구어적 의사소통의 특성에 대한 이해력을 묻는 문항, 신문 자료를 활용해 작문의 기본원리를 묻는 문항, 읽기 과제를 수행하는 두 학생의 독서 전략을 파악하도록 한 문항 등이 꼽혔다. 문학의 경우 지문이 교과서에 나온 작품들이 제시됐고, 복합지문이 나오지 않아 어렵지 않았다는 평가다.
서울 국제고 조영혜 교사는 "문제 풀이 위주의 공부 대신 교과서 중심으로 학습 요소를 하나하나 짚는 학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학-창의력 측정 세트형 문항 첫 선
기존 수능에서도 수리 가, 나형으로 수준별 시험을 치른 수학은 변화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쉬운 A형은 기본 개념에서 출발해 단순하게 풀 수 있는 문제들이 많았지만 어려운 B형은 이해력과 사고력이 뒷받침돼야 해결할 수 있다는 평가다.
유석용 서라벌고 교사는 "배우지 않은 범위에서 출제돼 학생들은 어렵다는 반응이었지만 전체적으로 어렵지 않은 수준"이라며 "특히 A형 문제는 더욱 쉬워져 수학을 포기하는 학생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수학에선 동일한 도로망 자료에 대해 행렬, 그래프 등 다른 단원에서 배운 문제풀이 방식을 동원하는 세트형 문항이 처음으로 등장했다. 유석용 교사는 "문제 해결의 다양한 방식을 찾는다는 점에서 세트형 문항은 창의성과 사고력을 기르는 데 좋은 문항"이라며 "단순한 문제풀이 대신 단원간의 연계성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영어-듣기 평가 비중 높아져
영어 영역에선 듣기 평가가 기존 17문항에서 22문항으로 늘어났다. 영어 의사소통 능력에 대한 평가를 강화하려는 취지다. 반면 읽기 평가는 현행 33문항에서 23문항으로 줄었다.
A형은 실용영어 중심으로 출제된 반면 B형은 기초학술과 관련된 소재가 지문으로 등장해 다소 어려웠다는 평가다. 같은 유형의 문항이라도 A형은 질문과 선택문항이 한글로 제시됐고, B형은 영어로 제시돼 난이도에 차이를 뒀다.
이종한 양정고 교사는 "읽기 평가 문항수가 줄면서 학생들이 독해를 할 수 있는 시간이 늘었다. 과거처럼 시간에 부족해 문제를 풀지 못하는 학생들은 많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학생들 "문제 생소해 어려웠다"
이날 시험을 치른 학생들은 배우지 않은 과정의 문제도 출제돼 쉽지 않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충남 천안시 월봉고교에서 시험을 치른 김동해(천안여고 2년)양은 "생소한 문제가 많아 풀이가 쉽지 않았다"며 "미리 보는 내년 수능이라는 생각 때문에 긴장됐으나 좋은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이윤지(두정여고 2년)양도 "긴장되고 떨렸으나 내년 수능을 대비해 내가 어떤 과목이 부족한지, 어떻게 공부를 해야 할지 알게 됐다"말했다.
시험을 감독한 김봉천 월봉고 교사는 "출제 문항의 성격이 기존 출제 경향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암기보다 토론, 독서의 필요성을 중시한 문항으로 향후 교과과정의 수정이 불가피해졌다"고 말했다.
천안=이준호기자 junhol@hk.co.kr
한준규기자 manb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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