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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줄 막힌 그리스 "그래도 긴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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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줄 막힌 그리스 "그래도 긴축은 없다"

입력
2012.05.17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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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존이 긴축을 거부하는 그리스 정치권에 압박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그리스 은행에 공급되던 돈줄을 차단해 실력행사에 들어갔고, 그리스를 포기할 수 있다는 유럽 지도자들의 경고도 잇따랐다.

귀도 베스터벨레 독일 외무장관은 16일 "그리스 국민은 (재총선에서) 무엇을 투표하는지 바로 알아야 한다"면서 "정당정치를 위한 투표가 아니라 그리스의 미래, 나아가 유로화와 유럽의 미래를 위한 선거"라고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독일은 그리스와 연대할 것이지만 연대란 (의무 없이 권리를 주장하는) 일방통행이 되어선 안 된다"며 그리스 포기 가능성도 열어놨다.

유럽연합(EU) 집행부와 ECB도 압박에 동참했다. 호세 마누엘 바호주 EU 집행위원장은 "구제금융 조건을 (긴축완화 쪽으로) 바꿀 방법은 없다"고 못박았다. ECB는 이날 자구 노력이 부족한 그리스 4개 은행에 자금 공급을 중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유로존의 다각적 압박은 총선을 치르고도 연립정부를 구성하지 못해 불확실성을 키운 그리스 정치권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유로존은 그리스의 요구에 밀리면 포르투갈이나 아일랜드 등 긴축을 대가로 구제금융을 받은 나라에 긴축을 강요할 명분이 없어지고,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개혁안도 퇴색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유로존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박도 고조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워싱턴 인근의 대통령 주말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18일 열리는 주요8개국(G8) 정상회의에서 영국과 캐나다가 유로존 국가(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정상에 위기의 조속한 해결을 촉구할 것이라 보도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G8 참석에 앞서 "유로존 위기가 세계경제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며 "유로존 지도자들은 해체냐 존속이냐를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문은 이번 G8 회의가 유로존 해법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그리스 정치권은 유로존의 긴축 압박에도 불구, 구제금융 재협상 입장을 여전히 굽히지 않고 있다. 다음달 재총선에서 제1당이 유력한 시리자의 알렉시스 치프라스 대표는 17일 BBC방송에서 "그리스를 파괴한 긴축이라는 질병은 다른 유럽 국가로 번질 것"이라며 지출 삭감을 전제로 한 유로존의 해법을 거부했다.

시장은 유로존 붕괴라는 최악의 파국을 상정하며 점점 움츠러들고 있다. 16일 미 증시 3대 지수(다우존스, S&P 500, 나스닥)는 그리스 악재에 동반 하락했다. 환율ㆍ채권ㆍ원자재 시장에서도 투자자들은 위기 쪽에 베팅하는 분위기다. 안전자산인 달러와 미 국채로의 쏠림 현상이 두드러졌고, 원유 가격은 하락했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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