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도 한국의 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와 유사한 일제고사가 있다. 교육단계별 학년을 특정(초6, 중3, 고2)해 평가하는 한국과 달리 미국은 공립학교 3~8학년 학생과 고교생을 대상으로 객관식 형태의 수학ㆍ읽기 시험을 매년 치른다. 한국으로 치면 '보통학력' 이상을 획득해야 시험을 통과한 것으로 본다. 평가 대상도 한국보다 많고 통과 기준도 까다롭다.
최근 10년째 실시되고 있는 일제고사의 폐해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6일 "일선 교육주체 사이에서 성과에 매몰된 일제고사를 비판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텍사스주에서는 최근 주 전체 교육위원회의 3분의 1이 넘는 400개 지역 교육위원회가 일제고사 기준을 이전 수준으로 돌릴 것을 주 의회에 청원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미국 최대 교원단체 전미교육협회(NEA)도 일제고사 의무할당을 줄이라는 의회 청원서에 서명했다. 워싱턴주 에버렛에서는 학생 500여명이 아예 일제고사를 거부했다.
일제고사는 일반교육과정 중퇴자와 기초수학능력이 부족한 학생이 급증하자 2002년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아동낙오방지법(NCLB)을 제정해 의무화했다. 이 법은 학업성취도 향상을 담보할 목적으로 측정 결과를 교사 평가 및 학교 지원에 연계한 것이 특징이다. 시험 통과자 수가 일정 수준에 미달한 학교는 최악의 경우 문을 닫아야 하며 교사는 급여가 깎인다.
무엇보다 일제고사의 가장 큰 부작용은 창의적 교육이 설 자리를 없앤다는 점이다. 학생, 교사, 학교가 오로지 시험에만 매달리다 보니 학생 개인의 특성에 맞는 맞춤식 수업은 꿈도 꿀 수 없다. WSJ는 플로리다주의 고교생 매튜 골드만의 사례를 소개했다. 올해 9학년에 진학한 골드만은 기하학 수업을 신청했다. 하지만 막상 학기가 시작되자 그는 8학년 때 이수한 대수학 개념만 몇 주째 반복 학습했다. 대수학이 일제고사의 시험과목이기 때문이다. 한 학부형은 "일제고사가 성장기 아이를 창의력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시험기계로 만들었다"고 비난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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