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한 물줄기가 그리워지는 계절. 수직으로 짜릿하게 쏟아져 내리는 폭포를 즐기려면 역시 수량이 풍부한 여름이 제격이다. 폭포를 찾아 멀리 갈 필요는 없다. 경기도에도 비경을 갖춘 보석 같은 폭포들이 곳곳에 숨어있다. 제주도의 천지연폭포나 지리산 뱀사골의 실비단폭포처럼 유명세를 타지 않아도 등줄기에 서린 땀줄기를 날려버리는 데는 부족함이 없다.
경기도 동쪽 끝 청정지역인 가평군은 서울의 1.4배나 되는 넓은 행정구역이지만 전체 면적의 83%가 산으로 이뤄졌다. 경기도 제1 고봉인 화악산(해발 1,468m)을 비롯 명지산(1,267m)과 석룡산(1,153m)등 높은 산이 즐비하다 보니 그림 같은 계곡과 수려한 폭포들도 넘친다.
그 중에서도 가평읍 경반리의 수락폭포는 33m의 높이를 자랑한다. 경반계곡의 경반사(鏡般寺)를 지나 산길을 200m 정도 더 들어가면 높은 절벽이 나타난다. 이 절벽을 따라 흘러내리는 물줄기가 수락폭포다. 아래로 떨어질수록 좌우로 퍼져나가는 모양이 명주실타래를 닮았다.
북면 도대리의 명지산에서는 명지폭포를 만날 수 있다. 높이는 10m 정도지만 수량이 많고 바위 사이를 힘 있게 떨어져 내리는 모습이 압권이다. 아래는 짙푸른 소(沼)가 있어 폭포가 마치 바위로 만든 항아리에 물을 붓는 것처럼 보인다. 명지폭포를 포함 등산로를 따라 이어진 명지계곡은 가평의 많은 계곡 중에서도 둘째 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아름답다.
가평읍 승안리의 용추폭포는 ‘가평 제3경’으로 불리는 용추구곡(龍湫九曲)의 절경 가운데에서 으뜸으로 친다. 야생화 군락지로 유명한 연인산과 매봉, 칼봉 등 해발 1,000m가 넘는 산 사이를 흐른 물이 모인 폭포라 물 자체가 맑고 깨끗하다. 높이는 약 5m로 규모가 크지 않지만 흘러내리는 속도가 빨라 박진감이 넘친다.
북면 적목리 석룡산으로 오르는 길 중턱에 자리잡은 복호동폭포. 형태가 복호(伏號ㆍ엎드린 호랑이)의 등 같다고 해 이런 이름이 붙었다. 20m 정도의 높이에서 물줄기가 시원스럽게 떨어져 내린다. 폭포가 있는 계곡은 조무락골로, 숲이 하도 울창해 산새들이 조무락 거린다는 의미다.
파주시 적성면 감악산의 명물은 운계폭포다. 비룡폭포나 은계폭포라고도 불릴 정도로 수려한 경관을 자랑한다. 높이 20m 정도인 폭포는 거의 수직으로 거침없이 쏟아진다. 가을에는 단풍이 곱고 겨울에는 빙벽 훈련장소로도 이용된다. 북한과 가까워 오랫동안 입산금지구역으로 묶였던 탓에 태초의 자연을 온전히 간직하고 있다.
양평군 용문면 중원산 동쪽 기슭 중원계곡의 중원폭포도 숨겨진 명소다. 폭포 자체는 아담하지만 주변을 병풍처럼 둘러싼 기암절벽과 넓고 깊은 소가 눈길을 잡아 끈다.
경기도 폭포 중 최고의 비경으로 꼽히는 연천군 연천읍 고문리의 재인폭포는 한탄강댐이 건설되며 옛 모습을 잃었다. 비가 많이 내리는 여름철에는 불어난 강물이 협곡을 따라 폭포까지 밀고 올라와 접근이 어려워졌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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