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업계에선 미국보다 유럽시장을 더 힘들어 한다. 미국은 미국 메이커뿐 아니라 유럽 일본 등의 차가 일찌감치 시장을 확보했지만, 유럽은 전통적으로 유럽 메이커들의 독무대였다. GM 도요타 포드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브랜드들도 지난해 한 자릿수 점유율에 그치며 고전했다.
이런 유럽시장에서 현대ㆍ기아차가 그렇게 힘겹다는 6%고지를 마침내 점령했다.
17일 유럽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유럽에서 현대차는 3만6,000대, 기아차는 2만8,000대를 팔아 합산점유율이 6.1%를 기록했다. 전달에 비해 0.4%포인트 높아졌으며, 1977년 '포니'를 처음으로 유럽에 수출한 지 35년 만에 6% 고지를 밟게 됐다.
전문가들은 6%라는 숫자에 각별히 주목한다. 대형시장에서 개별 브랜드의 성공 기준이 통상 3% 점유율이기 때문. 업계 관계자는 "개별브랜드가 3%를 넘으면 대중적 인지도가 일정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간주한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3%를 넘어서면 그 다음부터는 점유율 올리기가 한결 수월해진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대차는 1986년 미국시장 진출 이후 3% 점유율을 달성하기까지 22년이 걸렸지만 3%를 넘어선 후 점유율 5%대에 올라서는 데는 2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안세환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차량운행대수 증가로 노출효과가 많아지면서 현대차와 기아차의 점유율도 더 가파르게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더구나 유럽시장은 재정위기의 진원지로 극심한 내수침체에 직면한 상황. 지난 달 유럽 전체의 자동차 판매도 전년동기대비 6.5%나 감소했다. 프랑스(-17.5%), 이탈리아(-20.2%), 스페인(-7.0%) 등은 큰 폭의 하락세를 기록했다.
그 결과 부동의 1위 폴크스바겐도 5.2% 줄었고, 미국 GM과 포드는 각각 11.1%, 8.3% 감소했다. 일본의 도요타와 닛산도 13.2%, 19.5% 판매가 감소했다. 이런 가운데 현대기아차만 유일하게 4개월 연속 판매증가를 이어간 것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유럽에서도 경쟁이 가장 치열한 차급인 준중형차 시장에서 i30 등이 선전하며 점유율 상승을 이끌었다"고 평가했다.
유럽시장 선전은 현대기아차가 글로벌 3대 시장에서 모두 균형을 맞추게 됐다는 의미도 있다. 현대ㆍ기아차는 세계 1, 3위 시장인 중국과 미국에서 점유율 10% 안팎을 기록했지만 세계 2위 유럽시장에서는 고전해왔다. 이 때문에 정몽구 회장은 연초에 "공격적 마케팅으로 유럽 재정위기를 정면 돌파하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자동차 본고장인 유럽시장에서의 선전으로 현대기아차의 브랜드 이미지가 크게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환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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