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위기'가 부른 금융시장 혼란이 하루 만인 어제 일단 진정세로 돌아섰다. 한국 경제의 실력과 동떨어진 시장 동요는 금융시장 개방의 부작용을 일깨우고, 시장 안정을 위한 정부 의지의 중요성을 확인시켰다. 또 위기의 직접적 도화선이 정치 리더십의 부재이고, 이른 시일 안에 해소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장기적 시장 안정책의 필요성도 커졌다.
그리스 발 위기는 정치 리더십의 부재가 직접적 도화선이다. 그리스는 이달 초의 총선 결과 긴축재정을 지지한 신민당 연립정권이 붕괴한 대신, 긴축 반대를 앞세운 급진좌파연합(시리자ㆍSyriza)이 제2당으로 떠올랐다. 이후 네 차례의 연정 협상이 최종 결렬돼 6월 17일 재총선이 불가피해졌다. 더욱이 최근의 여론조사에서 시리자 지지율이 신민당을 누르고 선두에 올라 차기 연정이 기존 긴축정책을 크게 수정하리란 관측이 무성해졌다.
그리스 정부의 약속 파기가 국제금융기구(IMF)와 유럽중앙은행(ECB)의 지원중단을 부르고, 그것이 다시 그리스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선언을 불러 유로존 탈퇴로 이어지리란 시나리오가 힘을 얻었다. 이런 '무질서한 디폴트'가 그리스에 머물지 않고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등에 파급영향을 미칠 가능성까지 점쳐지는 바람에 세계적 시장동요가 초래됐다.
그러나 이런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6월 총선에서 시리자의 단독 집권은 사실상 불가능해 기껏해야 연정구성 주도권을 쥐는 데 그칠 전망이다. 독일과 프랑스의 정상회담이 그리스의 유로존 잔류를 강조하고, IMF와 ECB의 경고가 잇따르는 등 외부 압력이 커지고 있다. 또한 여론조사 결과 80%의 응답자가 유로존 잔류를 지지, 시리자가 현재의 구호처럼 일방적 약속파기를 선택하기 어렵다. 그리스가 유로존에 그대로 남고, 대외적으로는 긴축 완화 수준을 둘러싼 줄다리기에 나서리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만 작은 외부 요인에도 요동치는 우리 경제의 체질상 만일에 대비한 행동계획은 정교하게 다듬어야 한다. 정부와 국민 모두 과민반응은 자제하되 경계는 늦추지 않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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