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미근동 경찰청사에서 합시다." "검찰 차관급 인사가 경찰청사로 갈 수는 없습니다."
경찰과 검찰이 이번에는 회의 장소를 두고 자존심 싸움을 벌였다. 2차 '검ㆍ경 수사협의회'를 앞두고서다. 검ㆍ경 수사협의회는 수사권 조정 관련 대통령령에 따라 설치된 검ㆍ경 간 실무 협의기구로 3월 28일 첫 회의를 했다. 1차 회의에서 양쪽은 월 한차례씩 정기 회의를 열기로 했지만, 두 달째 불발됐다. 알고 보니 검찰에서 경찰청사 방문을 완강히 거부했기 때문이었다.
17일 검ㆍ경에 따르면, 서초동 대검찰청사에서 열린 첫 회의에서 경찰은 "2차 회의는 경찰청에서 하자"고 제안하고 미근동 경찰청사에서 2차 회의를 여는 방안을 추진했다. 그러나 대검에서 "전례가 없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바람에 양측은 일정을 잡지 못하다 경찰청장 인선 등의 사정까지 겹치면서 결국 4월 개최가 불발됐다.
경찰 관계자는 "검ㆍ경 양측의 수사관련 실무 회의기구이니 번갈아 방문해 회의를 하는 게 기본 예의 아니냐"며 "2004~2005년 검ㆍ경 수사권 조정 협의회 때는 그러지 않더니 이번에는 거부감을 보이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반면 대검 관계자는 "검찰은 차관급이, 경찰은 그보다 아래인 국장급이 나가므로 참석자의 급수가 높은 쪽에서 개최하는 게 관례"라며 "경찰청과 대검에서 번갈아 회의를 하자는 경찰의 제의에 우리가 합의한 적도 없다"고 반박했다.
난항 끝에 양측은 2차 회의는 오는 23~24일께 검찰도 경찰도 아닌 제3의 장소에서 열기로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2차 회의에서는 '호송ㆍ인치 명령'이 주로 논의될 예정이다. 그간 검찰 지휘에 따라 검찰 사건 피의자 등을 검찰청사로 데려갔다 오는 호송ㆍ인치 명령 관행을 따랐던 경찰은 7월부터는 이를 따르지 않고 검찰 사건은 검찰에서 호송ㆍ인치 업무를 해야 한다는 내부 방침을 세운 상태여서 양측의 공방이 예상된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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