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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친노' 프레임을 해체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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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친노' 프레임을 해체하라

입력
2012.05.17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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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여 년 동안 우리 사회는 양극화되고 민생불안이 심해졌다. 양극화 체제에서 비롯된 일자리 불안, 교육 불안, 주거 불안, 노후 불안, 의료 불안 등 '민생의 5대 불안'으로 보통 사람들의 삶은 갈수록 피폐해졌다. 그래서 바꾸고 싶어 한다. 이러한 변화 추구 심리는 늘 있었지만, 이번에는 그 성격이 좀 더 본질적이다. 현재의 양극화와 민생불안은 정도의 차이는 있겠으나 문민정부,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이명박 정부 등 역대 정부의 성공과 실패가 모두 녹아든 종합적인 결과물인데, 이들 정부의 공통적인 노선과 정책기조는 신자유주의 경제정책과 선별적 복지정책이었다. 이제 기존의 불판을 갈아엎자는 요구가 드세다. 사회 운영원리를 보편적 복지와 경제민주화를 주축으로 하는 역동적 복지국가로 바꾸자는 것이다. 이러한 전환기적 소임을 다하기 위해선 이번 대선에서 이를 감당할만한 진보개혁 정치세력이 승리해야 한다.

그러나 민주통합당이 이런 역사적 소임을 맡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새누리당과 박근혜 위원장의 인기 때문이 아니다. '친노' 핵심세력의 연이은 정치적 실책 때문이다. 이들은 참여정부의 실세들로 국정실패의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그래서 한 때는 '폐족'으로 간주되었고, 노무현 대통령을 잃는 슬픔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이명박 정권의 실패에 따른 국민적 심판 정서가 확산되고 노 전 대통령의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과 온정적 면모가 여론의 재평가를 받으면서 '친노' 핵심세력은 정치적 재기의 기회를 잡았다. 이해찬의 '시민주권', 문성근의 '국민의 명령', 그리고 문재인의 '노무현 재단'이 중심에 서서 민주당 외부의 지지자들을 규합했고, '혁신과 통합'을 결성해 민주통합당의 창당을 주도했다. 여기까지는 좋았으나 그 다음부터가 문제였다.

'친노' 핵심세력은 '친노 정치세력화'를 하지 말았어야 했다. 대신에 복지국가 정치라는 새로운 흐름의 형성을 위해 스스로 밀알이 되어 그 속으로 스며들었어야 했다. 왜냐하면 '친노 정치세력'이 본격적으로 등장하면 곧바로 '친노' 프레임이 형성되는데, 이는 대선승리와 시대정신의 구현을 어렵게 하는 필패의 구도이기 때문이다. '친노' 프레임은 야당을 '친노-비노'로 구조화해 패거리 정치를 재현하고, 가치와 정책에 근거한 새로운 정치세력의 등장과 정치과정의 역동성을 제약하게 된다. 더 중요한 점은 참여정부 실패의 책임과 연계될 수밖에 없는 이러한 프레임으로는 미래 세력을 자처할 박근혜 후보를 이기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친노' 핵심세력은 민주통합당이 창당되자 당권을 틀어쥐고 말았다. 한명숙 대표가 1위, 문성근 최고위원이 2위로 지도부에 들어갔고, 4ㆍ11 총선에서는 전무후무한 공천실패를 초래하면서까지 '친노 정치세력화'를 추진했다. 이는 오만과 무능으로 이어졌고, 결국 민주통합당은 정권심판 정서가 비등한 가운데 과반의석이 예상되던 총선에서 참패를 당했다. 이는 국민과 시대정신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해야 할 일이다. 의회 권력을 잃음으로써 복지국가 건설이라는 '2013년 체제'의 실현 조건과 대선 승리를 어렵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들은 총선 패배에 대한 아무런 반성과 성찰도 없이 당권과 대권을 잡겠다며 다시 전면에 나섰다. '이해찬- 박지원 당권 담합'을 시도했고, 실제로 이해찬 고문이 당권에 도전함으로써 이른바 '이해찬 당권- 문재인 대권' 프로젝트가 가동되었다. 이로써 '친노' 프레임은 더욱 도드라졌다.

MB심판론에 힘입어 '친노 정치세력'의 패권적 질서가 구축되고는 있으나, 이건 신기루 같은 것이다. 이래서는 희망이 없다. 민주당 내에 보편적 복지국가의 가치를 제대로 실천할 의지와 능력을 갖춘 새로운 인물과 세력이 등장하고 역동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결국은 대선에서 이겨야 한다. 이를 위해선 '친노' 핵심세력의 성찰과 자중자애가 요구되며, '친노' 프레임은 반드시 해체되어야 한다. 이건 민주당의 과제이자 복지국가 건설을 기대하는 우리 국민과 시대정신의 요구다.

이상이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 ·제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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