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만으로 조종할 수 있는 로봇 팔이 등장했다. 미국 연구팀은 15년 동안 신체 마비 상태에 있는 환자가 자신의 생각으로 로봇 팔을 움직여 물건을 잡는데 성공했다고 16일 네이처지 온라인판에 발표했다. 뇌 손상으로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사람이 인공 팔을 성공적으로 조종한 드문 사례로 인공 수족 연구에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 브라운대 메디컬센터, 하버드의대 등의 전문가로 구성된 연구팀은 사고로 15년 전 수족이 마비된 58세 여성과 5년 전부터 다리가 마비된 66세 남성 환자의 뇌에 소아용 아스피린만한 크기의 센서 칩을 이식하고 움직임을 관찰했다. 환자가 팔을 뻗고 싶다거나 물건을 쥐고 싶다고 생각하면 칩에 있는 96개의 미세한 전극이 뇌 세포의 전기 신호를 감지해 컴퓨터로 전송, 로봇 팔이 움직임을 재현하는 식이다.
약간의 연습 끝에 두 환자는 인공 팔을 원하는 대로 조종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여성 환자는 로봇 팔로 커피 병을 잡아 입으로 가져온 뒤 빨대로 커피를 마시고 병을 다시 테이블에 내려놓는 동작을 완수했다. 연구를 이끈 존 P. 도너휴 브라운대 신경과학연구소 소장은 "뇌와 사지가 15년 동안 신호를 주고 받지 않았음에도 뇌가 여전히 유효한 신경 동작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사실이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이 기술이 상용화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연구에 사용된 장치가 너무 크고 로봇의 동작이 둔하다는 점이 지적됐다. 뇌에 이식된 센서 칩이 고장을 일으키는 것도 문제다. 그러나 이번 실험이 연구자에게 자극이 된 것은 사실이다. 뉴욕대 랜곤메디컬센터의 재활치료 전문가인 프리티 라가반 박사는 "5년 후에는 로봇팔이 널리 사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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