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 전 대구의 한 시장 골목에서 소주를 마시는데 젊은 남녀 한 쌍이 옆 테이블에 앉아 술판을 벌이고 있었다. 늘어뜨린 긴 머리에 위아래 트레이닝복을 맞춰 입은 여자와 청바지에 단정한 티셔츠를 받쳐 입은 남자의 사투리가 말의 궁합을 맞추는데 꽤나 리드미컬한 호흡을 자랑하는 듯했다.
그들의 대화를 훔쳐 듣던 나는 당연히 그들을 애인 사이로 알다 문득 훌쩍훌쩍 울기 시작하는 여자와 등이 맞닿고 말았다. 여자의 등짝을 쓸어주기는커녕 새우 껍질이나 호호 불며 까대는 남자가 뭔가 싶어 물었더니 친오빠라나. 오빠야, 나 이거 맛없어서 싫다, 까지 마라, 오빠야 나 싱싱한 거 먹고 싶다.
일곱 살 터울 여동생의 투정에 알았다, 알겠다를 반복하던 남자는 대뜸 이렇게 말을 잇는 것이었다. 저 가시나 연봉이 6,000이 넘습니다. 우와, 짧은 탄식 끝에 내가 여자의 트레이닝복을 유심히 쳐다보자 오른쪽 가슴께를 앞치마로 가리던 그녀, 회사 로고 보일까봐 창피하다나.
그러나 막상 S반도체 얘기가 나오자 자신이 다니고 있는 회사의 인센티브 제도가 일하기에 따라 얼마나 다양한지 늘어지게 늘어놓기 바쁜 여자였다. 열아홉에 회사 들어가 7년째라 했던가. 모든 말끝마다 극비의 기밀이라며 쉿 제 입을 닫는 스물여섯 노동자의 열띤 애사심, S기업 사장님은 복도 많지. 암 걸리지 않게 몸 챙겨요. 오지랖이랍시고 덧붙이고 온 말 한마디가 맘에 걸려 죽겠다.
김민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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