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모(63)씨 부부는 2009년 3월부터 이듬해 10월까지 약 600일 중 무려 107일을 병원에 동반 입원했다. 둘 다 고혈압이 주된 이유였지만 병명은 아무래도 상관 없었다. 좀 심하다 싶으면 잠깐 집에 갔다가 금슬을 과시하듯 다른 병원에 다시 입원하곤 했다. 이런 식으로 6차례나 병원을 옮겼다. 한달 가까이 병원에 있던 적도 있다. 덤으로 2,400만원의 보험금도 타냈다. 맘껏 의료 휴가를 즐기고 목돈까지 챙긴 셈이다.
구모(53)씨는 2년 전 10건의 보험에 가입했다. 그 뒤 희한하게 사고의 그림자가 그를 엄습했다. 보험 집중가입 열흘 만에 목욕탕에서 넘어져 14일간 입원하는 등 시시콜콜하게 다쳐 입원한 횟수만 6회, 입원일수는 총 141일에 이른다. 가만히 누워있으면서 보험금 2,800만원을 벌었다.
지난해 강원 태백시에 이어 이번엔 경남 창원시가 보험사기의 메카로 떠올랐다. 사기 혐의자는 무려 1,361명. 단순 수치만 따지면 태백(400명)의 3배가 넘는다. 보험사기 규모는 95억1,500만원(1인당 700만원)으로 태백(150억원대)보다는 덜했다. 다만 사기 거점은 병원, 작전은 브로커, 보험금을 눈 먼 돈으로 여기는 가입자 등 수법과 등장인물은 빼다 박은 듯 닮았다.
보험사기에 연루된 창원지역 3개 병원은 2007~2008년 초 개원한 병상 100~200석 규모로 지방에선 준(準)종합병원 수준이다. 보험사기가 2007년부터 시작된 걸 보면 병원 문을 열자마자 대놓고 사기행각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중 창원과 경남 함안군에 있던 2개 병원은 지난 3월 금융당국의 조사 전후에 폐업했다. 병원의 실 소유주가 의료인인지, 누가 보험사기에 가담했는지는 아직 확인이 되지 않았다.
브로커들은 해당 병원에서 소개비 명목으로 환자당 10만~20만원을, 환자들에게선 보험금의 10%를 받아 챙겼다. 여느 보험사기처럼 일단 단기간 다수의 보험에 가입하게 한 후 문제의 3개 병원에 번갈아 입원시키는 수법을 썼다.
사기 유형 중엔 통원치료가 가능한 질병이나 사고를 부풀린 피해 과장이 1,099명으로 가장 많았다. 일가족이 가담한 동반입원은 176명, 수많은 보험에 들자마자 입원하는 단기간 집중가입 및 근접사고는 63명, 서울 부산 경기 등 멀리서 해당 병원에 입원한 원격지 입원은 116명 등이다. 입원 중 정상 출근해 보험 가입을 권유한 보험설계사도 31명이나 됐는데, 이들은 입원기간에 1인당 8.4건의 보험계약을 성사시키는 업무능력을 과시했다.
연령별로는 40, 50대가 66.8%(909명), 성별은 여성이 65.6%(893명)로 많았다. 보험금의 91.2%(86억7,600만원)가 입원비 명목으로 지불됐다.
금융감독원은 이들의 보험사기를 적발해 17일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했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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