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전 경기 화성시 송산면 지화리의 자연생태원 '미니벅스' 옆 포도밭. 미니벅스 운영자 노경애씨가 포도나무 잎사귀 하나를 따서 현장조사를 나온 이영수 경기도농업기술원 농업연구사에게 내밀었다. 잎사귀 뒤에는 검은색 좁쌀만한 벌레 십여 마리가 다닥다닥 붙어있었다. 2006년 국내에서 처음 발견된 이후 국내 대표해충이 된 꽃매미의 약충(若蟲ㆍ애벌레)이었다. 약충은 4번 허물을 벗으면 몸길이 1.5㎝의 성충이 돼 농가에 막대한 피해를 입힌다.
꽃매미 약충은 건너편 밭과 야산의 감나무 등에서도 발견됐다. 과수나무들의 굵은 가지 아래에는 마치 껌을 씹다 붙여 놓은 듯한 흰색 물질도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개체보호를 위해 알이 비에 젖지 않도록 꽃매미가 교묘하게 알을 낳은 것이다.
농번기를 앞두고 해충의 대 습격이 우려되면서 방제당국과 농가에 비상이 걸렸다. 유난히 따뜻했던 지난해 초겨울과 올 봄 기온이 해충 발생에 유리한 환경을 제공한 탓이다.
도농기원이 올해 초부터 수집한 꽃매미 알 수천 개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부화율이 70.2%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년 평균인 61.9%보다 8.3%P 높아져 실제 환경에서도 꽃매미 부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벼 에이즈'로 불릴 정도로 치명적인 줄무늬잎마름병 바이러스를 옮기는 해충 애멸구의 보독충율도 11.5%나 됐다. 100마리 중 바이러스를 품은 애멸구가 11.5마리라는 의미다. 보독충율이 6.4%인 평년에 비해 두 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도농기원은 산란기인 지난해 가을의 따뜻한 날씨가 건강한 알을 많이 낳게 해 해충밀도가 증가했고, 올 4월 하순에서 5월 초도 평년보다 기온이 높아 해충 증식이 활발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여기에 신종 해충의 습격도 거세질 전망이다. 북아메리카가 원산지인 미국선녀벌레는 2009년 서울 우면산에서 처음 발견된 이후 경부축을 따라 용인, 안성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겨울 기온이 낮은 경기북부의 경우 아직 아열대성인 꽃매미가 발견되지는 않았지만 일명 갈색날개매미충이 북한산 자락을 타고 퍼져나가는 중이다. 지난해 고양시 농작물에 타격을 입힌 갈색날개매미충에 대해선 원산지가 어디인지 역학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 연구사는 "아직까지는 살충제에 대한 내성이 없고, 해충들 발생시기가 비슷해 동시방제가 가능하다"며 "해충이 발생한 농경지는 물론, 인근 야산 공원 도로 등까지 꼼꼼하게 약을 뿌려야 해충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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