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오십시오, 고객님. 어떤 일로 오셨습니까?"
16일 오전 10시 서울 성동구 행당동 NH농협은행 성동지점. 앳된 학생 세 명이 파란색 어깨띠를 두르고 90도 인사를 하며 고객을 맞는다. 번호표를 뽑고 고객을 안내하거나 현금입출금기 사용이 서툰 노인 고객을 돕는 이들은 은행원 체험 중인 서울 경수중학교 3학년 학생들이다. 한국일보와 서울시교육청, NH농협은행이 연중 실시하는 '청소년 진로직업체험의 기적' 캠페인의 첫 순서로, 이날 경수중 3학년 학생 230여명이 병원, 변호사사무실, 유치원 등 57곳 일터에서 체험에 참여했다.
NH농협은행 성동지점은 50년 전에 지어진데다 행당 재래시장을 끼고 있어 나이 든 고객들이 많아 세심한 안내가 필수다. "4월 적성검사에서 은행원, 회계사가 적성에 맞는다고 해 농협 체험을 선택했다"는 오경진(15)군은 "은행 업무가 서비스직이라는 걸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창구에서 신규통장 개설 방법과 여신 업무에 대해서도 배웠다. 송갑규(15)군은 "고객 한 명 한 명의 정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사실에 놀랐다"며 "고객 관리가 은행 업무의 기본이었다"고 말했다. 안가희(15)양은 "평소 은행원들이 고객을 어떻게 상담하는지 노하우를 알고 싶었다"며 "친절하기만 하면 되는 게 아니라 상품에 대한 정보를 숙지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웃었다.
NH농협 성동지점은 12월 말까지 서울 시내 21개 중학교 학생들에게 일터를 개방한다. 농협 입장에선 어린 학생들을 업장에 두는 부담도 만만치 않을 터. 황승환(52) 부지점장은 "중학생 자녀를 키우는 입장에서 학생들이 예비 고객이고, 미래 사원이라는 생각으로 협조하게 됐다"고 말했다.
"스탠바이, 큐!" 같은 시간 서울 광진구 자양동 광진구청 뒤뜰에선 PD, 작가 지망 중학생 5명이 촬영 삼매경에 빠졌다. 일일 멘토인 문정기 광진구청 인터넷방송국 PD가 요정이 갑자기 화면에 등장하는 효과를 내도록 촬영하는 법을 가르치고 있다.
이들은 어제 회의에서 성적 스트레스로 방황하던 학생이 직업체험을 통해 꿈을 찾는다는 내용의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짧은 동영상을 찍기로 했다. 작가 지망생이 시나리오를 쓰고 PD 지망생이 촬영하며 연기도 한다.
경수중 3학년 김다빈(15)양은 "'물고기 눈으로 바라본다'는 뜻을 지닌 어안렌즈 사용법을 배웠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진로코치로 체험장에서 학생들을 인솔한 학부모 문은경(42)씨는 "직업을 수업하듯이 소개하는 학교 진로교육은 받고 나도 아이들이 막연하기만 했는데 현장에 오니 아이들 눈빛이 달라졌다. 적극적으로 질문하는 모습을 보니 동기부여가 제대로 된 것 같고 구체적인 꿈과 계획을 세울 수 있을 것같다"고 말했다. 신태하 광진구청 방송미디어팀장은 "지역사회에 재능기부하는 마음으로 초등학생, 고등학생들에게도 개방하겠다"고 밝혔다.
청소년 진로직업체험 일터 개방 기관 모집
한국일보사, 서울시교육청, NH농협은행이 함께 하는 '청소년 진로직업체험의 기적'(청진기) 캠페인에 1~3일간 일터를 개방할 기관을 모집합니다. 학생들에게 일하는 보람과 인내를 가르치고, 미래의 직장을 홍보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청소년들의 꿈을 키우는 데 동참하고자 하는 기업ㆍ기관의 많은 참여를 바랍니다. 문의 서울시교육청 진로직업교육과 (02)3999-556, www.sen.go.kr
정승임기자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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