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중순 서울 강남구 한 가라오케. 서울 모 대학에 다니는 여대생 A(22)씨의 생일 축하 파티에 20대 남녀 대학생 10명이 참석했다. 모임의 주인공인 A씨 옆에는 30대 중반의 남성이 앉아있었다. 하지만 그는 주문이 끝나자 계산만 하고 자리를 떠났다. 나중에 보니 고가의 양주에 DJ수고비까지 400만원에 달했다. 이상한 느낌을 받은 A씨의 친구는 생일 모임이 끝난 뒤 30대 남성에 대해 묻자 A씨는 "'스폰'을 받고 있다"며 "그 사람이 강남에 3,000만원 보증금에 월세 250만원짜리 아파트를 구해줬다"고 말했다. A씨의 명품 옷과 가방도 모두 스폰서가 사준 것이라고 했다. 기가 막힌 A씨의 친구는 A씨에게 관계를 끊을 것을 권했지만 A씨는 "이렇게 사는 게 좋다"며 거절했다고 한다.
한때 연예계를 발칵 뒤집어놓았던 '성 스폰서'문화가 대학가에 은밀하게 퍼지고 있어 충격적이다. 경제난 속에서 손을 뻗치는 스폰서 유혹에 넘어가는 일부 대학생들의 일탈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대부분 인터넷을 매개로 한 내밀한 거래이다 보니 단속이 이루어질 수도 없는 사정이다.
이달 초 서울 B대 예능과 1학년 동급생인 여대생 2명이 서울 C경찰서 형사과를 찾아왔다. 성관계를 대가로 돈을 지원해주겠다는 스폰서의 꾐에 빠져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다. 이들 여대생들은 자신들의 사진이 담겨 있는 인터넷 개인 홈페이지로 접촉해온 스폰서와 만났다. 한 달에 5차례 성관계를 해주는 대가로 600만원씩 주겠다는 구두계약을 하고 관계를 가졌지만 돈을 받지 못하자 고민 끝에 경찰서를 찾아왔다는 것이다. 이들은 "너희들도 성매매 행위로 형사입건이 된다"는 형사의 말에 "없었던 얘기로 해 달라"며 꽁무니를 빼고 경찰서를 빠져나갔다. 실제로 개인 미니 홈피에서 프로필 사진을 보고 스폰서 제안 쪽지를 남기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스폰서들이 경제적으로 열악한 대학생들에 접근하는 일이 적지 않고 이를 악용한 사기범죄도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고급 술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경제능력이 있는 스폰서를 소개받는 경우도 있다. 강남의 한 유흥주점 업주는 "우리 가게에서 일하던 C(22)씨는 스폰서가 전신성형 비용을 대주고 온라인 쇼핑몰까지 차려줬다"며 "남녀 가릴 것 없이 고급술집에서 접대부로 일하는 대학생은 돈 많은 스폰서를 소개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경제 능력이 뛰어난 단골들이 많다 보니 알음알음 소개해주는 일이 많다는 것이다.
이유진 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성 스폰서 문화는 빈부격차의 극대화, 물질만능주의가 빚어낸 자본주의의 비극"이라며 "대학 입학은 했지만 취업은 불확실하고 턱없이 비싼 등록금 등에 허덕이다 보니 생겨나고 있는 폐습"이라고 진단했다.
채희선기자 hscha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