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革新)은 말 그대로 가죽을 새롭게 한다는 마음으로 임하지 않으면 안 된다. 통합진보당 혁신비상대책위가 근본부터 새롭게 정립하는 출발이 되길 기대한다."
민주노총 김영훈 위원장은 15일 통합진보당 강기갑 혁신비대위원장에게 '과감하고 단호한 당 혁신'을 주문했다. '당의 최대주주'인 민주노총 수장으로서 당에 뼈를 깎는 쇄신을 강조하는 순간 그의 목소리는 떨리기 시작했다. 최근 비례대표 부정 경선과 중앙위원회 폭력 사태 등에 대한 고민이 깊은 듯 감정이 북받친 모습이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혁신비대위 1차 회의를 마치고 민주노총 교육실을 방문한 강 위원장에게 쓴소리를 주저하지 않았다. 그는 "이제 우리가 생이별을 해야 하는 시점인지, 무엇을 더 당에 요구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생각하면 솔직히 절망스럽다"며 "진보정당 역사상 유례를 찾을 수 없는, 노동자 대표가 국민들이 보는 앞에서 집단 폭행을 당한 상황에서 제가 무슨 낯으로 조합원들에게 이 사태를 설명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만 1%의 한 줄기 희망이 있다면 당 중앙위가 결정한 혁신비대위"라며 "한국 진보정치운동에 새로운 전기가 될지, 아닐지는 전적으로 혁신비대위가 당원과 국민 앞에 단호하고 신속한 모습을 보이는 것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그러나 17일 민주노총 중앙위원회에서 통합진보당 사태에 어떤 결론을 내릴지에 대해선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에 강 위원장은 "가죽이 아니라 내장이라도 끄집어 낼 것이며 심장이라도 곪은 데가 있다면 도려내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통합진보당이 노동자들에게 큰 심려를 끼쳐 드리고 실망과 절망을 넘어 분노까지 느끼게 하는 참담한 상태가 되었다"며 "김 위원장과 조합원들, 전체 노동자들에게 진심으로 사죄한다"고 말했다. 그는 김 위원장의 두 손을 부여잡고 허리를 90도로 숙이며 사죄의 뜻을 전했지만 김 위원장의 표정은 시종일관 어두웠다.
강 위원장은 "민주노총이 (중앙집행위원회에서) 단순히 지지 철회냐 탈당이냐 하는 결정을 내리기보다 통합진보당이 노동자들의 정당으로 거듭나도록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적극적인 정치 참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후 김 위원장을 포함한 민주노총 간부들은 강 위원장, 비대위원들과 15분간 비공개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민주노총 측은 이석기 김재연 당선자를 포함한 경쟁 명부 비례대표 당선자 및 후보자 총사퇴를 주문했고, 창당 이후 노동 중심성 약화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
강 위원장은 민주노총의 혁신비대위 참여를 주문했고, 노동중심성 강화를 위한 방안으로 현재 4%에 불과한 민주노총 조합원 중 통합진보당 가입 비율을 10~20%까지 끌어올리도록 조합원들에게 입당을 독려해 줄 것을 부탁했다. 사실상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대거 입당해서 혁신의 주체로서 혁신비대위에 힘을 실어줄 것을 요구한 것이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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