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엘피다+마이크론'연합설이 나오고 있다. 아직 현실화 여부는 장담할 수 없지만 만약 이 연대가 성사된다면 글로벌 IT업계에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대만의 IT전문지인 디지타임스 등 외신은 16일 애플이 일본 반도체업체 엘피다의 히로시마 공장에서 생산된 모바일 D램반도체 가운데 50% 이상을 공급받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또 애플이 엘피다로부터 향후 더 많은 모바일 D램을 조달, 앞으로 출시될 아이패드와 아이폰에 사용할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정확한 사실 관계가 확인되지 않았지만 이 추론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글로벌 IT업체들의 역학관계 때문. 파산보호신청 이후 매물로 나온 엘피다는 현재 미국의 메모리반도체업체인 마이크론테크놀로지(이하 마이크론)가 새 주인으로 사실상 정해진 상태다. 마이크론이 엘피다를 인수하려는 가장 큰 이유는 모바일D램으로 사업 다각화를 위해서다. 마이크론은 현재 일반PC나 서버에 사용되는 D램을 주로 생산하고 있어 스마트폰 및 태블릿PC용 모바일 D램으로 사업구조를 다변화할 필요성이 절실하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모바일 D램의 최대 수요처인 애플과 거래관계를 확대할 수 있다. 이승우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마이크론이 엘피다 인수를 통해 노리는 것은 결국 모바일 D램을 통한 애플과의 비즈니스 확대에 있다"고 말했다.
애플 또한 엘피다의 회생이 꼭 필요한 상황. 만약 엘피다가 무너질 경우, 애플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기업으로 공급선이 집중된다. 그만큼 가격 협상에서 불리해질 수 밖에 없다. 더구나 삼성전자와 1년 넘게 특허전쟁 중인 애플이 모바일 D램 가격 협상 테이블에서마저 삼성전자에게 끌려 다니는 것을 원할 리가 없다. 애플 입장에선 누구보다 엘피다의 회생을 바랄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애플과 마이크론, 엘피다의 연합설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만약 이 3자연대가 성사된다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선 가장 큰 거래선을 잃게 되는 셈이다. 시장조사기관인 D램 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모바일 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70.9%로 1위를 차지했고 SK하이닉스 15.0%로 2위를, 엘피다 8.8%, 마이크론 4.0% 등 순으로 나타났다.
임돌이 솔로문투자증권 연구원은 "애플은 결코 엘피다가 망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 만큼 애플과 마이크론, 엘피다의 연합이 현실화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하듯, 16일 삼성전자 주가는 6%대의 급락세를 보였으며 시가총액이 12조원 이상 증발했다. 그리스 사태영향도 컸지만, 3자 연대설이 삼성전자 주가에 악재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애플의 요구를 충족시킬 만큼 엘피다의 생산 여력이 충분하지 못하기 때문에 3자 동맹이 쉽게 성사되기는 힘들 것이란 분석도 있다. 박현 동양증권 연구원은 "히로시마 공장의 물량을 50%나 내줄 여유가 엘피다에겐 없다"며 "애플로선 삼성전자에 크게 의존하는 모바일 D램 공급선을 다변화하고 싶겠지만 물량이나 품질을 맞출 수 있는 곳은 별로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허재경기자 rick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