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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광청 탈출 도운 허페이룽, 본보 인터뷰/ "천 변호사 모친의 지극 사랑에 감동 혼자서 달려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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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광청 탈출 도운 허페이룽, 본보 인터뷰/ "천 변호사 모친의 지극 사랑에 감동 혼자서 달려갔죠"

입력
2012.05.16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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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 못 보는 아들이 공권력에 억울하게 당하는 것을 지켜봐야 했던 어머니의 아픔과 사랑이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기적을 낳았다. 중국 시각장애인 인권변호사 천광청(陳光誠ㆍ40)의 탈출 드라마가 가능케 했던 힘은 천 변호사의 어머니였다.

천 변호사를 산둥(山東)성의 고향 마을에서 베이징(北京)까지 데리고 간 뒤 주중미국대사관과 연결, 그의 탈출에 결정적 역할을 한 영어 교사 허페이룽(何培蓉·40)씨는 16일 본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그를 돕게 된 것은 천 변호사 가족들의 사랑과 정에 감동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허씨가 한국 언론과 인터뷰를 한 것은 처음이다.

인터넷에서는 '진주'(珍珠)로 더 유명한 허씨는 "지난해 1월 천 변호사를 처음 만나러 산둥성의 둥스구(東師古)촌으로 갔을 때 그를 만나지는 못했지만 이후 그의 큰 형 천광푸(陳光福)가 전화를 해 왔다"며 천 변호사 가족과 인연을 맺게 된 사연을 소개했다.

그는 "천 변호사의 큰 형은 가족을 대표해서 감사의 말을 전한 뒤 '어머니가 당신이 다녀간 것을 알고 (공안들의) 돌에 맞아 깨진 당신의 차 유리창 파편이 떨어진 곳에서 하루 종일 통곡하다 목소리를 잃으셨다'고 울먹였다"고 말했다. 허씨는 "그 울음 소리를 듣고 그를 돕지 않을 수 없었다"며 "그의 가족은 너무 순박했고, 특히 어머니의 천 변호사에 대한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허씨는 천 변호사 고향을 찾아 가기로 결심한 계기에 대해선 "내 친구인 쩡진옌(曾金燕) 때문"이라고 밝혔다. 2008년 노벨평화상 후보로 오른 중국의 반체제 인권운동가 후자(胡佳)의 부인이자 천 변호사의 친구인 쩡씨는 "남편도 출옥 후 천 변호사와 같은 대우를 받았다"며 천 변호사의 가택연금에 대해 크게 걱정했다. 이 모습을 보면서 천 변호사 탈출 계획을 세우던 쩡씨를 돕게 됐다는 것이다.

허씨는 "다른 사람들에게 천 변호사를 돕자고 제안했으나 모두 완곡하게 거절했다"고 해 어려움도 토로했다. 허씨는 "혼자 천 변호사를 찾아갈 수 밖에 없었지만 오히려 여자 혼자 가는 게 의심을 덜 받아 더 안전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며칠 전 병원에 있는 천 변호사와 전화 통화를 했다"며 "서로의 안부를 묻고 앞으로도 무사하길 기원했다"고 전했다.

허씨는 한국이 이번 사건에 큰 관심을 보인 것에 대해서도 고마움을 표했다. 그는 "한국을 가 본 적은 없지만 한국 드라마와 공연 등을 통해 한국을 잘 알고 있다"며 "한국인들은 예의가 밝고, 전통 문화를 잘 보존해 인상이 깊다"고 평했다. 그는 "탤런트 이영애를 좋아하고, 한국 요리도 즐겨 먹는다"고 덧붙였다.

미혼인 허씨는 "지금은 휴식이 필요하다"며 "상황이 잠잠해지면 하고 싶은 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는 "자원 봉사에 관심이 많다"며 "또 다른 누군가를 도울 수 있길 바란다"고 희망했다.

한편 빅토리아 눌런드 미 국무부 대변인은 15일 천 변호사와 아내, 두 자녀가 미국에 입국할 수 있도록 일주일 전 비자 발급 등 모든 입국 절차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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