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구당권파가 비례대표 부정 경선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출범한 '혁신 비상대책위원회'의 동참 요구를 거부한 채 버티기와 몽니로 일관하고 있다. 당 중앙위 결의에 따라 구성된 비대위의 당 쇄신 작업에 협조하기는커녕 별도로 '당원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통해 상황 반전을 노리는 등 여전히 권력투쟁 놀음에 빠져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강기갑 비상대책위원장이 16일 비상대책위원 명단을 발표하자 구당권파는 곧바로 "편파적"이라고 주장하면서 전면 보이콧을 선언한 뒤 당원을 중심으로 하는 별도의 비대위 구성에 착수했다. 구당권파의 이상규 당선자는 이날 "비대위 참여 제안이 왔지만 화합형 비대위가 구성돼야 한다는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비대위 참여 거부 입장을 밝히 뒤 "이제 당원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당의 진로를 모색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구당권파는 이날 당원 비상대책준비위를 출범시킨 데 이어 17일 당원 비대위를 공식 발족시킨다는 계획이다.
구당권파 당선자들은 비대위의 사퇴 요구를 거부한 채 도리어 비대위를 향해 "마녀사냥을 중지하라"며 반격에 나섰다. 이들은 비대위가 17일 오전10시까지 제시하라는 사퇴서도 제출하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당권파의 김재연 당선자는 이날 신당권파의 유시민 전 공동대표에 보내는 공개서한을 통해 비례대표 당선자직 사퇴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김 당선자는 "통합진보당을 하루아침에 쓰레기 당으로 만들고 당원을 범죄자로 낙인 찍은 근거가 되었던 진상조사보고서가 품고 있는 허위를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김 당선자는 "비례대표로 선출된 뒤에 '이제 김 동지는 공직자다. 선출 과정에 대해 일부 의혹을 제기해도 어떻게 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고 해주신 유 대표님의 말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구당권파의 김미희 당선자는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2012년 진보세력의 최대 목표가 마치 당권파 제거인 것처럼 바뀌고 있다"며 "통합진보당 사태는 마녀사냥식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 당선자는 "12일 중앙위는 성원이 확인되지 않아 절차적 하자가 있다"며 당원 총투표를 요구하기도 했다. 적법성 논란 속에 결정된 비례대표 당선자 사퇴 권고와 비대위 구성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구당권파는 당사 앞에서 분신을 기도한 박영재(44)씨가 "새누리당과 보수언론의 도움에 힘입어 통합진보당의 당권을 장악하려는 불법 행위를 멈추라"며 유시민 심상정 전 공동대표 앞으로 보낸 호소문도 공개했다.
이에 대해 비례대표 후보 14번인 서기호 전 판사는 이날 MBC라디오에 출연해 "중앙위 폭력 사태에서 이정희 전 공동대표도 책임이 있다"고 공격했다. 그는 중앙위 폭력 사태와 관련해 "자신의 주장을 폭력적으로 표출하고 평행선을 달리는 도돌이표식 주장을 반복해 국민을 굉장히 짜증나게 만든다"고 말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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