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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다문화 소년의 방화, 우리 사회의 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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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다문화 소년의 방화, 우리 사회의 반성

입력
2012.05.16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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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가정의 17세 소년이 연쇄방화를 저지르다 경찰에 잡혔다. 한국인과 러시아인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아버지가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나고, 어머니가 가정을 버리자 한국으로 와서 할머니와 살았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그는 한국인으로 제대로 성장하기 어려웠다. 초등학교에 들어가자마자 모습이 다르다는 이유로 아이들로부터 놀림을 받고, 따돌림을 당했다.

중학생이 되어서도 마찬가지였다. 열등감에 등교를 기피하게 됐고, 심한 우울증으로 정신과 치료도 받았으며, 가출을 일삼다 결국 학교를 그만두었다. 할머니의 사랑과 설득으로 2년 후 검정고시에 합격하여 고등학교에 진학했지만 여전히 외톨이었다. 3개월 만에 자퇴하고는 거리를 떠돌았고, 할머니는 그를 찾으러 다니다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지난 2월부터 그는 화염병을 만들어 자신이 다니던 학교건물에 던진 것을 시작으로 방화를 일삼았다. 자신을 받아주지 않는 한국사회에 대한 분노와 절망, 할머니의 죽음에 대한 자책감의 일그러진 발산이었다. 그는 "불을 지르는 순간 속이 시원했고 희열을 느꼈다"고 했다. 누가 그를 범죄자로 만들었나. 누가 한국인으로 당당하게 생활하고 공부하려는 그의 꿈을 짓밟았나. 바로 우리다.

여기저기서 다문화가족에 대한 지원이 줄을 잇고 있다. 정부만 해도 대여섯 부처에서 그들의 일자리, 교육, 복지에 신경을 쓰고 있다. 그러나 그들이 한국인으로 떳떳하게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우리의 인식과 태도를 바꾸려는 노력은 거의 없다. 가정에서도, 유치원에서도, 학교에서도 관심이 부족하다. 교과서 등에 있는 다문화 관련 내용 중에는 오히려 그들에 대한 편견을 부추기는 대목도 적지 않다.

그들이 진정 우리에게 바라는 것은 일방적 동정이나 보호, 동화가 아니다. 같은 이웃으로 함께 사는 것이다. 다문화가정의 아이(2세)가 20만 명을 넘었다. 미래의 건강한 사회를 위해서라도 차별과 따돌림으로 그들을 거리로 내몰고, 세상을 향해 울분을 갖게 해서는 안 된다. 다문화에 대한 우리의 교육부터 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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