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 관료에서 민간기업 CEO를 거쳐 외국기업 대표까지. 김종갑(60ㆍ사진) 한국지멘스 대표의 새로운 변신에는 끝이 없다.
165년 역사의 독일 지멘스는 세계 190여개국에 진출한 글로벌 다국적 기업. 전자부품 발전설비 의료장비 산업자동화시스템 등 분야에서 무려 735억 유로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올해로 우리나라 진출 60년이 된 지멘스 한국법인에 한국인 CEO가 임명된 것은 김 대표가 처음이다.
내달 1일로 취임 1년을 맞는 그는 16일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거듭된 변신에 대해 “새로운 길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행정고시 17회 출신으로 특허청장과 산업자원부(현 지식경제부) 차관을 지낸 정통 관료다. 공직을 떠나 처음 맡은 곳은 하이닉스반도체. 2007년부터 3년 동안 하이닉스반도체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맡았다. 지금은 SK그룹을 새 주인으로 만나 희망 속에 새 출발을 다지고 있지만, 김 대표가 이끌었던 시기만해도 하이닉스는 채권단 관리하에서 하루하루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는 왜 하이닉스를 선택 했고, 지멘스를 선택했을까. 차관급 출신이라면, 더구나 산하기관 많은 산업자원부 출신이라면 ‘낙하산’을 타는 데 별 어려움을 없었을 것이다.
“정부 산하 공기업 등에 추천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만 그렇게 하는 건 별 재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이닉스 갈 때도 그랬고 한국지멘스 대표로 옮길 때도 제가 직접 이력서를 써서 내고 면접도 봤습니다.”
한국지멘스에 발을 들여놓은 것도 같은 이유.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했던 또 다른 목표가 보였기 때문이라고 했다. “지멘스 사업구조는 제조업이 강하고 수출지향적이란 점에서 국내 산업구조와 부합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국내 수출 업체들이 해외 공장을 건설할 때 필요한 인프라 시설설계 등을 (지멘스와) 함께 고민하면서 충분히 동반성장을 가져갈 수 있어요. 필요한 인력을 한국에서 뽑으면 자연스럽게 고용창출도 이뤄지는 거죠.”
지난 1년 동안, 고급 인력 채용과 애프터서비스 등을 포함한 아웃소싱(외주) 등을 국내 기업들과 고민해 온 것도 이런 맥락이었다.
“지멘스가 6.25전쟁이 끝나가던 무렵(1953년), 한국에 들어왔는데 아직도 모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제가 회사에 오자마자 가장 먼저 한 일이 건물 외벽에 회사 간판을 달고 사원들에게 배치 착용을 주문한 겁니다.”
덕분에 한국지멘스의 인지도는 크게 상승했고, 그가 취임 당시 본사에 약속했던 매년 두 자리 수 이상의 성장률 목표달성도 현재 순항을 이어가고 있다. 김 대표는 “외국계 기업도 한국 기업들과 진정한 동반성장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반드시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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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재경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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