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까진 우려했던 북한의 3차 핵실험과 '불이 번쩍 나는 보복성전'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 북한이 전통적으로 사용해왔던 말로 하는 위기조성단계에서 행동으로 나아가지 않고 관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공식승계 절차가 마무리됐기 때문에 김정은은 최고지도자로서 통치행위에 책임을 져야 한다. 그동안 말은 쉽게 했지만 행동으로 옮기는 데는 신중할 수밖에 없는 단계로 접어들었다. 김정일 사후 북한의 각급 기관과 단체들이 충성경쟁 차원에서 감정적인 언사들과 협박을 했지만 이제는 수그러들고 있다.
한반도 정세완화 조짐으로 보기에는 성급한 면이 있지만 냉각기로 접어든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의 로켓 발사 실패 이후 이를 만회하기 위해서 3차 핵실험을 하거나 또 다른 무리수를 내올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북한의 3차 핵실험 실행과 관련해선 변수가 많다. 핵실험을 잠정 중지한 2ㆍ29합의를 되살리느냐 여부와 김정은 체제의 생존전략에 따라 3차 핵실험의 시기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3차 핵실험과 관련해선 두 가지 가능성을 동시에 두고 봐야 할 것이다. 한편으론 한반도 주변 국가들이 대선 등으로 어수선하고 국내 문제에 주력할 때 3차 핵실을 강행해서 '핵보유국'으로 공인 받아 새 정부들과의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려 할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특히 북한이 고농축우라늄(HEU)핵실험에 성공할 경우 대미 협상력은 높아지고, 주변국에 대한 위협수위도 높아질 것이다.
다른 한편으론 임기가 끝나는 정부를 겨냥해서 3차 핵실험을 성공한다고 해도 별 영향을 줄 수 없기 때문에 아껴 두었다가 남한의 정권교체, 미국 대통령의 재선이나 교체 이후 협상을 시도해 보고, 잘 되지 않을 때 3차 핵실험을 하기 위해 후속 카드로 남겨둘 가능성도 있다.
북한이 3차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HEU를 활용한 핵실험일 가능성이 높다. 추출된 플루토늄의 양이 많지 않기 때문에 소형화에 필수 코스가 아니라면 무리해서 3차 핵실험을 강행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문제는 HEU를 사용한 핵실험에 성공할 경우다. 플루토늄 핵개발은 통제 가능한 위협이지만, HEU를 활용한 핵개발은 통제가 불가능할 것이다. HEU와 관련한 기술개발이 끝났다면 이를 활용한 핵실험을 강행해서 김정은 체제 유지를 위한 핵 억지력으로 활용하려 할 것이다. 어떤 방식의 핵실험이던 한반도 안보에 결정적인 변수로 작동할 것이다.
북한의 3차 핵실험 여부는 김정은 시대 생존전략을 가늠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김정일 시대처럼 핵과 미사일 개발에 주력하면서 인민들에게 '고난의 행군'을 강행할지, 아니면 정책전환을 통한 인민생활 향상에 주력할지 아직은 좀더 지켜봐야 한다.
김정은의 최근 행보는 인민생활 향상에 주력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김정은 체제는 정치ㆍ사상강국과 군사강국을 이뤘지만 경제강국 건설은 실패했다는 점을 자인하고 내부 다잡기에 나섰다. 평양의 놀이시설을 방문한 김정은이 관리부실을 질책하는 모습을 언론에 공개한 것도 이례적이다. 놀이시설 관계자들을 질타한 것은 북한 사회 전반에 만연한 관료주의와 형식주의를 뿌리 뽑고 인민생활을 향상시키겠다는 의지의 표시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김정은의 4월 15일 첫 공개연설에서 "우리 인민이 다시는 허리띠를 조이지 않게"라고 밝힌 대목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김정은이 북한의 어려운 경제현실을 시인하고 "일심단결과 불패의 군력에 새 세기 산업혁명을 더하면 그것은 곧 사회주의 강성국가"이라고 밝힌 것은 경제난 해결에 주력할 것임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은 북한이라는 '혁명적 대가정'의 가장이다. 김정은이 최고지도자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선 가장으로서 인민들의 의식주를 보장하는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더 이상의 상황을 악화시키는 3차 핵실험이나 대남도발은 하지 말아야 한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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