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과업체 A사는 올해 껌을 팔아 연 매출 1,5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 중 31억원을 폐기물부담금으로 내야 한다. 2000년에는 이 부담금이 3억 원에 불과했는데 올해는 10배 이상 늘어났다. 판매액 대비 0.27% 였던 부담금 요율이 1.8%로 높아졌기 때문이다.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B사는 1970년대 초 공장 전체가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이는 바람에 설비 확장을 못해오다 자동차 업황 호조로 작년 2,865억원을 투자해 기존 공장지역에 연면적 7만3,560㎡ 규모의 생산시설을 증설하려고 했다. 하지만 1,840억 원에 달하는 개발제한구역보전부담금이 부과될 것이란 통지를 받자 결국 투자를 철회했다.
재계가 기업활동을 과도하게 묶는 각종 부담금 실태를 공개하고 철폐를 촉구하고 나섰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16일 “총 94개에 달하는 부담금에서 지난해 14조8,000억원이 부과됐다”면서 “이중 절반(55개) 이상만 개선해도 연간 1조원 이상의 국민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담금이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등이 특정 공익사업에 소요되는 경비를 국민이나 기업에게 분담시키는 제도. 예를 들어 폐기물부담금의 경우, 유해물질을 함유하거나 재활용이 어렵고 폐기물관리상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껌 담배 플라스틱 등 6개 제품에 대해 폐기물처리에 드는 비용을 부과하기 위해 1993년 도입됐다. 껌은 유해물질은 아니지만, 거리의 미관을 해치고 청소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부담금 부과 대상이 됐다. A사 관계자는 “요즘 거리에 그냥 껌을 뱉는 사람들이 어디 있나. 더 이상 부담금을 내야 할 목적이 소멸됐는데도 국내 껌 생산업체들은 올해 60억원이 넘는 부담금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경유차에 대한 환경개선부담금도 부당한 부담금 사례로 꼽힌다. 디젤차에 대한 환경기준이 강화되면서 휘발유차보다 오염물질을 적게 배출함에도 예전대로 부담금을 걷고 있다. 전경련 정봉호 팀장은 “2008년 국민권익위원회가 부담금 폐지를 권고했지만 4,000억원의 수입 감소를 우려해 해당 부처가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담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은 개발제한구역보전부담금의 경우 부담금 요율이 20%가 넘어 금액 자체가 지나치게 많고 조세와 중복된 부과로 인한 논란이 제기돼 왔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부담금 징수규모는 지난 2004년 10조원을 넘어선 이후 꾸준히 증가, 부가가치세 소득세 법인세 등 3대 국세 다음으로 규모가 커졌다. 정 팀장은 “부담금은 조세와 유사한 만큼 국가의 철저한 관리감독을 통해 국민과 기업 부담을 덜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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