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 없는 아파트에 둘러싸인 서울의 삶은 물 없이 먹는 빵만큼이나 퍽퍽하다. 틀에 박힌 삶에 질려서일까, 몇 년 전부터 ‘우리 동네’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다. 내가 사는 동네의 일상 공간을 새롭게 발견하고 가꾸려는 움직임은 동네 주민들이 발행하는 잡지로 이어졌다. 그 중 한 곳이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혼재한 서울 이태원. 여기서 나오는 동네 잡지 ‘사이사이’(편집장 바이홍)는 동네 소식을 전할 뿐 아니라 때때로 사생대회나 음악회 같은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마련해 진행하고 있다.
18~20일 사흘간 이태원에서 ‘우리 동네 문화예술 프로젝트 사이사이’가 펼쳐진다. 이태원역과 한강진역 사이 이태원동과 한남동 골목골목에서 열리는 여러 전시와 독립영화 감상, 벼룩시장 등을 통해 이태원의 생동감 넘치는 문화를 만날 수 있다. 동네 주민뿐 아니라 외부 사람들도 즐길 수 있는 행사다. 그중 눈길을 끄는 프로그램을 소개한다.
첫날인 18일 가죽제품 디자인 스튜디오인 더스티 고이야니 런던에서 열리는 에코백 워크숍은 실크 스크린을 이용해 친환경 가방을 만드는 프로그램. 좀처럼 해볼 기회가 없는 실크 스크린 전 과정을 체험해볼 수 있다.
둘째 날엔 이태원 일대의 이색적인 풍경을 연필로 그리는 사생대회와 디자인숍 mmmg 앞마당에서 열리는 즉석공작마켓에 가보자. 지역 예술가들이 현장에서 원하는 상품 제작을 도와주거나 직접 만들어 싸게 팔기도 한다. 저녁 시간, 문학이 좋다면 아마추어 문인들의 낭독회가 열리는 헤드에이크(Headache)로, 음악이 좋다면 인디밴드가 무대를 달구는 바 겸 공연장 꽃땅으로 가자.
마지막 날은 한남동 미술작가 13인의 작업실 네 곳에서 오픈 스튜디오가 열린다. 평소 궁금했던 작가들의 작업 광경을 바로 옆에서 들여다 보는 시간은 오후 2시~6시까지다. 카페 겸 바 초능력에서는 작가들 작품을 팔면서 책과 CD 벼룩시장도 연다. 전체 일정의 대미는 복합문화공간 꿀에서 열리는 클래식 연주자 스가(SGA)의 이색공연 ‘만남의 광장’이 장식한다. 작곡가 겸 지휘자 지수한씨와 15인의 연주자로 구성된 스가는 이날 고전음악과 대중음악을 클래식 악기로 들려줄 예정이다. 자세한 정보는 홈페이지(www.saisaiya.co.kr) 참조. 문의 (02)322-5495
이인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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