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주변에 산재해 있는 많은 물과 접하거나 때론 현실적으로 피할수 없는 상황을 맞는다. 잔잔한 호수의 물은 평온함과 안정감, 그리고 휴식을 마련해 주지만, 홍수가 날 경우 강물은 험상궂은 위압과 불안감을 주는 존재로 돌변한다.
우리나라는 계절별 하천 유량의 변동이 커서 여름철에는 홍수로 인해 하천 주변이 범람해 피해를 입고, 갈수기인 겨울철과 봄철에는 수량 부족으로 하천 바닥이 거의 드러난다. 홍수방지나 물 관리측면에서는 굉장히 불리한 여건이다. 그래서 강 상류에는 댐을 건설해 홍수를 예방하고 갈수기시 하천유지에 필요한 최소한의 하천유지유량을 공급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댐에 의존한 유량 확보는 한계가 있어 갈수기시 하천 바닥이 드러나는 건천화 현상은 피할 수 없었다.
우리나라의 주요 하천인 한강, 낙동강, 금강 및 영산강에서 시행한 4대강 살리기 사업은 이상가뭄과 홍수에 대비하고, 앞으로 발생할 물 부족에 선제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하천 주요 지점에 다기능보를 건설하고 물길을 정비했다. 최근 담수가 완료됨에 따라 보와 보 사이에 형성된 넓은 수면은 기존의 하천 수(水)경관을 크게 개선했다고 보여진다.
그러나 사업의 완료단계에서 보의 누수 문제와 하상세굴로 인한 보의 안정성 논란 및 지류 하천 부근에서의 침식 논란은 국민들로 하여금 사업에 대한 걱정과 근심을 드리우게 한다. 이는 사실을 보는 것과 듣는 것, 그리고 현실에서 보이는 것과 들리는 것이 많은 차이가 있음을 의미한다. 이해를 돕기 위해 몇가지 부분을 정리할 필요가 있겠다.
먼저 보는 수위조절을 위한 가동보와 고정보가 설치되어 있다. 가동보에는 수문을 설치해 수위를 조절할 수 있도록 되어 있으며, 고정보는 중력식 콘크리트 구조물로 시공돼 관리수위 이상의 하천 유량은 자연적으로 고정보를 월류해 하류로 흐른다. 중력식 콘크리트 구조물은 구조물의 자체 중량만으로도 수압 등 외압에 충분히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다. 높이가 높고 폭이 넓어 한 번에 콘크리트를 타설할 수 없어 일정한 높이와 폭으로 분할 타설하고, 콘크리트 자체의 열 팽창 및 수축으로 인한 구조물의 균열을 방지하고 시공성을 향상시키는 것이 일반적이다. 분할 시공할 경우 시공이음부가 발생하며, 이음부를 아무리 정밀하게 시공해도 수리구조물에서는 이를 통한 누수의 발생 소지는 상존한다.
다음으로, 여러 보에서 하류 하상바닥의 세굴현상이 발생했다. 이는 지난해 7월 홍수기 때 주로 발생했다. 하천공사 특성상 유수 및 홍수소통을 위해 일정 구간은 물이 흐를 수 있도록 하천단면을 유지하고 공사구간은 가물막이를 설치해 공사를 한다. 그러나 보의 주요 구조물은 말뚝기초나 기존 암반층 위에 설치돼 있어 구조물의 안정성에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앞으로 정상적인 보의 담수와 관리수위를 유지할 경우 지난 홍수기 때와 같은 하상세굴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강의 본류와 지류 하천의 합류 구간에서는 일반적으로 퇴적이 발생하나, 공사 기간 중 본류의 준설로 인해 지천 보호공의 사석 일부가 유실, 이탈하는 현상과 지천 주변의 세굴이 생겼다. 하지만 이는 본류 준설로 인해 변화된 새로운 하천 지형에 순응해 가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현상일 뿐이다.
4대강 보들은 이제 담수를 완료했다. 지난 홍수 기간 중 발생한 하상세굴 등 문제점도 있었지만 홍수피해 저감이라 긍정적 효과도 확인됐다. 올해 초에는 예년에 비해 봄철 강수량이 부족함에도 가뭄에 따른 물 부족 걱정 없이 담수 완료로 확보된 넓은 수 경관을 즐기러 많은 내방객들이 찾았다.
보 건설로 생긴 여러 문제점들은 우리나라 건설기술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이는 전문기술자에 맡겨 두자. 수자원이 우리 세대만이 누리는 자산이 아니라 후세대와 공유하는 중요한 자산이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물은 배를 뛰우기도 하지만 뒤집기도 하듯이 물관리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바람직한 우리 강의 미래를 제시할 것이다.
최병습 한국수자원공사 물관리센터장 ·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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