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어버이날에는 아동 그림책의 거장 모리스 센닥이 세상을 뜨더니 지난 15일 스승의 날에는 라틴문학의 거장 카를로스 푸엔테스가 세상을 등졌다. 우연히도 두 사람 모두 1928년생 용띠, 그네들의 저작을 뒤지니 공교롭게도 두 사람의 책에 '1996년 여름 인천 대한서림에서'라는 사인이 선명히 박혀 있었다.
대학에 입학하고 난 이듬해 교재랍시고 무슨 개론, 어떤 작법 등과 같은 제목에 깔려 책 읽기를 공부로 알았을 무렵 나는 그림책과 라틴 문학에 홀딱 빠졌더랬다. 특히나 그림책은 아동문학론 시간에 만난 한 선생님께서 매 시간마다 가방 한 가득 컬러풀한 그림책을 목이 쉬도록 읽어주신 덕에 재미 삼을 수 있게 되었지.
동화라면 착한 사람은 복 받고 못된 사람은 벌 받는 권선징악만 주제로 알았던 터라 자유자재로 일탈을 꿈꾸는 아이들이 대거 등장하는 외국 작가들의 그림책에 내가 받은 충격이란 얼마나 신선한 것이던지. 의 모리스 센닥도 그렇게 만났었다.
우리가 다 잠들고 난 깊은 밤, 우리가 꿈꿀 수 있는 상상력의 그 끝 간 데 없음이 얼마나 무한대일 수 있는지 그 가능성을 확연히 열어둔 책이 아니었던가. 서점에 가면 그림책 코너마다 다리 쭉 펴고 앉아 코밑까지 흘러내리는 안경을 추켜올려가며 책을 읽는 어린이들 꽤나 많지. 학부형 된 내 친구 부부들 주일도 없이 만날 일하러 나가는 이유, 그림책이 좀 비싸기는 하니 말이다.
김민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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