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1980년대 민족해방(NL) 계열 주체사상파 운동권의 핵심이었다가 북한 인권운동가로 전향한 김영환(48)씨를 '국가안전위해죄'로 구금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김씨가 현지에서 어떤 활동을 했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가안전위해죄는 반역, 간첩, 국가분열 선동 등 반체제 활동을 처벌하는 중죄로 우리의 국가보안법 위반에 해당한다. 김씨의 행동이 일정한 선을 넘어 중국에 체제 위협요인으로 판단됐다는 얘기다. 일반적으로 탈북자 구출 활동을 하다 적발될 때 적용되는 밀입국방조죄와는 차원이 다른 것이다.
중국이 3월 말 김씨와 한국인 북한 인권운동가 3명을 랴오닝(遼寧)성 다롄(大連)에서 체포하면서 공안이 아닌 한국의 국가정보원에 해당하는 국가안전청을 동원한 것도 사안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김씨는 1999년 대북 단체인 북한민주화네트워크의 창립 멤버로 참여해 연구위원으로 활동하며 북한 내부의 민주화 운동 기반을 마련하는데 깊이 관여했다. 특히 지난해 말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에는 새로 들어선 '김정은 체제'가 안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와 저술에 몰두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이사를 맡고 있는 유호열 고려대 교수는 15일 "김씨는 북한 체제의 문제점을 이론적으로 파헤치고 대안을 제시하는데 탁월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북한 내부자료 수집을 위해 2000년대 초반부터 매년 3, 4회 중국에 드나들었다. 북중 국경지역의 탈북자를 면담하고 북한의 소식통들과 연락을 유지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대북단체 관계자는 "김씨는 북한의 인권개선은 물론 체제 전복이나 반체제 세력 육성에도 관심이 많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북한 입장에서는 눈엣가시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중국이 김씨를 구금한 것은 특수 관계인 북한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중국 정부와 상관없이 랴오닝성 지방 정부 차원에서 단독으로 결정해 김씨 일행을 체포한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말해 이 같은 추측을 뒷받침했다. 북한민주화네트워크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북한 정보당국 개입설'을 주장하며 중국 측에 김씨 일행의 조속한 석방과 강제 구금에 대한 해명을 촉구했다.
이와 함께 김씨가 북한 내부와 연결되는 과정에서 중국측 정보원이 관여한 사실이 드러나 중국 당국이 나섰다는 분석도 있다.
한편 정부는 김씨의 구금과 관련해 중국 현지 변호사를 선임했다. 한 관계자는 "우리측 영사 면담 요청을 중국 당국이 받아들이고 있지 않고 있어 김씨 부인 명의의 위임장을 받아 변호사 선임 등 법적 대응책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