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승려 도박 사건의 파장이 총무원장 자승 스님을 겨냥한 핵폭탄급 폭로로 번졌다. 도박 사건을 검찰에 고발한 성호 스님은 15일 MBC 라디오에 출연해 "자승 총무원장이 룸살롱에서 성매수를 했다"고 주장했다. 총무원 측은 사실무근이라며 성호 스님을 명예훼손으로 검찰에 고소했지만, 자승 스님과 대립각을 세워온 전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이 자승 총무원장의 사퇴 필요성을 언급하고 나서는 등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성호 스님은 이날 MBC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자승 스님과 명진 스님이 (서울 서초구 잠원동) 신밧드 룸살롱에서 성매수한 사실이 있으며, 그 일로 조계사 앞에서 석 달 넘게 1인 시위를 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후 명진 스님은 자기만큼은 (성매수를) 한 적이 없다고 해 빼 드렸는데, 총무원장은 아직까지 한 마디가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명진 스님은 이날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자승 총무원장과 12년 전 룸살롱에 같이 간 적이 있지만 이 문제가 다시 불거져 나오니 부끄럽고 곤혹스럽다"며 "성매수를 하지 않았지만 수행자로서 참회하고 자숙하며 살아가겠다"고 말했다. 자승 총무원장의 성매수 논란에 대해서는 "별로 할 말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 "허물없이 사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며 "자승 총무원장에게 허물이 있다면 잘못을 솔직히 인정하고 참회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성호 스님은 또 "자승 스님이 (2009년) 총무원장 출마 전에 처자식을 숨겨둔 은처승이고 승랍을 3년 간 속였다는 문건이 전국에 배포된 적이 있었는데, (아무 상관없는) 내가 뒤에서 만들고 시켰다며 집단 폭행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승려 도박 사건과 관련해 "일반인에게는 충격적이지만 중앙종회 의원이라든지 계파 모임에서는 판돈의 액수도 더 크다"거나 "필리핀과 마카오, 라스베이거스 등지에서 도박해 몇 백억원을 잃은 스님도 있다"고 말하는 등 도박이 일부 승려들 사이에 관행화해 있다는 주장을 폈다.
도박 파문 이후 우려됐던 제2, 제3의 폭로전이 가시화하자 조계종은 발칵 뒤집혔다. 더욱이 이날은 자승 총무원장이 도박 파문에 대한 사죄의 뜻으로 조계사 내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108배를 시작으로 100일간 참회정진에 들어간 날이어서 충격은 더 컸다.
총무원 호법부장 서리 정념 스님은 "종단 제적자 정한영(성호 스님의 속명)의 발언은 사실이 아니어서 즉시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면서 "파렴치범을 검증없이 인터뷰해 종단의 명예훼손에 일조한 일부 언론에도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정념 스님은 "정씨의 발언에 그 동안 직접 대응을 자제해 왔지만, 각종 허위사실을 언론에 남발해 조계종단을 음해하고 있어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총무원은 또 보도자료에서 2004년 비구니 스님 폭행, 외제차 구입, 흉기로 금당사 직원 폭행, 문화재 관람료 횡령, 2009년 총무원장 선거 당시 괴문서 배포 교사 등 성호 스님과 관련된 비리 혐의와 소송 현황을 공개했다. 성호 스님은 관련 혐의를 대부분 부인하면서 "즉각 고소인을 무고와 명예훼손 혐의로 맞고소하겠다"고 밝혔다.
명진스님 "비대위 체제로 바꿔야"
한편 명진 스님은 "조계종 부ㆍ실장을 바꾸는 선에서는 현 사태를 수습할 수 없을 것"이라며 "부처님오신날(28일)을 앞두고 많은 사람들이 조계종에 실망하고 있는데 조계종 집행부를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해 사회적으로 신망받는 스님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겨 종단개혁을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명진 스님은 "자승 총무원장은 비대위 체제로 문제 있는 종헌ㆍ종법을 바꾸고 계파도 해체하는 등 종단개혁을 마무리한 다음에 (총무원장) 진퇴 문제를 심각히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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