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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교생 10년새 수리·논리력 빼고 다 '뒷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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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교생 10년새 수리·논리력 빼고 다 '뒷걸음'

입력
2012.05.15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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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년 간 중ㆍ고등학생의 학습시간이 늘면서 머리는 명석해졌지만 가슴은 차가워졌다.

15일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2001~2010년 진로정보시스템 커리어넷(www.career.go.kr)을 통해 직업적성검사에 참여한 중3 학생 12만7,493명, 고2 학생 4만7,675명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수리ㆍ논리력은 향상된 반면 자연친화력, 창의력, 언어능력, 자기성찰능력은 퇴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10개 적성 영역 중 자연친화력은 2010년 중3 남녀 학생이 4.4점(7점 만점)으로 2001년보다 각각 0.3점, 0.4점 떨어졌다. 자연친화력은 자연을 이해하고 탐구하는 능력으로, 생명과 환경에 대한 호기심과 책임감을 필요로 하는 분야에서 적성을 발휘할 수 있다. 예술가 혁신가의 기질인 창의력, 작가나 커뮤니케이션전문가에게 필요한 언어능력은 남녀 중고생 모두 0.1점씩 감소했다. 스스로 반성할 줄 알고 감정을 조절할 줄 아는 자기성찰능력이 뛰어나면 상담가나 복지사로서 역할을 할 수 있는데, 남학생은 0.1점, 여학생은 0.2점 감소했다.

10년 전보다 유일하게 향상된 영역은 수리ㆍ논리력이었다. 같은 기간 0.2점(남학생), 0.1점(여학생)이 올랐다.

개발원은 사교육 시간이 증가함으로써 수리ㆍ논리력이 향상된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입시 위주의 사교육은 그 밖의 다른 능력을 키우지는 못했다. 개발원이 비슷한 기간(1999~2009년) 실시된 통계청의 생활시간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학교에서의 학습시간은 변동이 없었으나 사교육 시간은 크게 늘었다. 남자 중학생의 경우 1999년 주당 71분에서 2009년 107분으로, 여자 중학생은 주당 48분에서 101분으로 늘어났다.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사교육 증가 폭이 큰 것은 10여 년 전에는 사교육을 받는 여학생이 적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이 같은 연구결과는 우리 교육의 새로운 좌표 설정이 절실하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명시적으로는 창의적 인재 양성을 표방하고 있지만 사실은 시험 잘 치는 학습에만 치중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임언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선임연구위원은 "학생들이 환경전문가, 디자이너, 작가 등 다양한 진로로 나아갈 수 있는 능력은 다 퇴보하고 오직 수리ㆍ논리력만 향상됐다"며 "우리 교육이 표면적으로는 다양한 소질과 적성을 키우는 것을 목표로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김봉환 숙명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학생들 각자 다양한 적성을 갖고 있는데 그것을 살려 사회 인재로 커나가기보다 너도나도 공부로 성공하겠다는 인식이 빚어낸 결과"라며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다양한 적성을 개발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승임기자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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