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 초반부터 암운이 드리우고 있다. 1차 협상에서 서비스ㆍ투자 개방수준을 두고 양국이 상당한 시각 차를 확인해 각론적 이해관계를 조율할 세부 협상을 시작할 수 있을 지, 시작하더라도 순항이 가능할지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 최석영 한중 FTA 수석대표는 14일 한중 FTA 1차 협상을 마친 후 "FTA 협상 개시 선언 때 세계무역기구(WTO) 수준 이상으로 서비스와 투자 부문을 개방하기로 합의했지만 우리는 WTO 수준에서 100 정도를 더 개방하기를 원한 반면 중국은 5 정도만 더 열자는 입장"이라며 양측 간 견해 차가 컸음을 밝혔다. 중국의 서비스와 투자 시장은 향후 상품시장 못지 않게 우리에게 중요한 분야라는 점에서 한중 FTA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더 힘을 얻게 되는 대목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대 중국 투자는 제조업 중심이지만, 중국 제조업 경쟁력이 빠르게 우리나라와의 격차를 좁히면서 조만간 서비스와 투자 분야가 제조업을 대체할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은 현재 우리나라와 중국 제조업의 격차가 5∼10년, 서비스업의 격차는 20년 정도로 보고 있다. 그만큼 중국으로서는 서비스와 투자시장 개방에 소극적일 수 밖에 없다. 특히 서비스 분야는 비관세 장벽 등 폭넓은 수준에서 보호장치가 명문화되지 않으면 FTA체결 후 상대국의 차별 대우를 확인하기 어려워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한층 더 꼼꼼하게 협상에 임해야 한다.
서비스ㆍ투자 개방 범위를 둘러싼 시각 차로 7월로 예정된 2차 협상 때부터 본격적으로 논의될 상품 분야 협상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우리로서는 막대한 피해가 예상되는 농수축산업과 경공업 분야를 상품협상에서 민감 또는 초민감품목으로 돌려야 하고 중국은 자동차나 석유화학 업종 등을 민감품목이나 초민감품목에 포함시키려 할 것이 확실해 접점 찾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중 FTA는 1단계 협상에서 분야별 협상 지침에 합의하지 못하면 일괄타결을 시도하는 2단계 협상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전문가들은 "양국이 상품분야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면 한중 FTA가 하나마나 한 FTA로 전락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협상 초기라 조금 더 두고 봐야 한다"면서도 "FTA는 경제적 득실이 명확해야 정책 추진에 힘을 받는데 충분한 경제적 효과가 기대되는 FTA가 되지 못한다면 차라리 중단하는 게 낫다"고 주장했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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