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와 파나소닉. 한때 일본을 넘어 세계 전자업계의 라이벌이었던 회사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소니는 액정화면(LCD) TV에서, 파나소닉은 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PDP) TV에서 절대강자로 군림했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공세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한국 업체들이 발광다이오드(LED) 등 신제품을 배출하는 동안 소니는 LCD, 파나소닉은 PDP만을 고집하다 몰락을 자초했던 것. 결국 이들이 타도한국을 외치며 손을 잡았다.
15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소니와 파나소닉이 차세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기술개발을 위한 제휴협상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양 사는 LCD TV에 비해 해상도가 높고 전력 소비량이 적은 OLED 패널 기술을 공동 개발, 대형 OLED TV의 조기양산(2015년)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별도 광원(백라이트)이 필요한 LCD TV와는 달리 OLED TV는 자체 발광특성으로 더 얇은 두께에, 선명한 영상 구현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꿈의 TV'로 불리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미 55인치 대형 OLED TV 양산 준비를 마쳤다.
한국 업체에 직격탄을 맞은 소니와 파나소닉의 상태는 심각하다. 지난 3월말 끝난 2011년 회계연도 결산 결과 소니 4,566억엔, 파나소닉 7,721억엔의 순손실을 냈다. 소니의 구원투수로 나선 히라이 가즈오 사장은 지난 달 기자회견에서 "머릿속은 온통 한국 생각 뿐"이라며 "삼성전자나 LG전자와의 글로벌 전쟁에서 이길 묘책을 찾는 게 무엇보다 급하다"고 털어놓았다. 파나소닉 역시 지난달 삼성전자에게 PDP TV 세계 시장 1위 자리를 삼성전자에게 내줬다.
시장조사기관인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LCD 및 LED, PDP TV 등을 합친 세계 평판TV 시장 점유율(매출액 기준)에서 삼성전자가 23.8%로 1위를 차지한 가운데 LG전자가 13.7%로 2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들이 삼성과 LG를 넘어설 수 있을지는 미지수. OLED 패널은 연구개발도 중요하지만 양산은 더 어렵다는 게 업계 정설이다. 소형 보다 대형 제품 양산은 더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세계 OLED 패널 시장의 약 97%는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가 차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파나소닉은 OLED 패널 사업 경험은 전무하고 소니도 지난 2007년 11인치 소형 OLED TV를 출시했던 경험이 유일하다"며 "일본 업체들의 대형 OLED TV 양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허재경기자 rick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