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무차별 사찰 더 있었다/ "대통령 비방 현기환을 타깃으로"…'표적 사찰' 명백히 드러나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무차별 사찰 더 있었다/ "대통령 비방 현기환을 타깃으로"…'표적 사찰' 명백히 드러나

입력
2012.05.15 17:44
0 0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자행한 불법사찰의 끝은 어디일까. 검찰이 최근 새롭게 확보한 사찰문건에는 국회의원, 고위공무원 등은 물론 다시 민간인인 기업가들이 등장했다. 특히 현 정권에 반기를 든 현직 국회의원을 타깃으로 표적 사찰한 사실이 추가로 확인되면서, 사찰 대상은 대한민국 전체였다는 말까지 나오게 됐다. 이 같은 초법적 행위를 지시할 수 있는 윗선에 대한 의혹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

검찰이 진경락(45ㆍ구속기소) 전 지원관실 기획총괄과장의 여동생 집 등 관련자 압수수색을 통해 추가로 확보한 400여건의 사찰문건에는 새누리당 정두언 현기환 의원, 민주통합당 이석현 백원우 의원과 주변인물의 실명이 등장하고 있다. 2년 전 불법사찰 사건 1차 수사팀이 확보한 문건에 등장했던 새누리당 남경필 의원, 통합민주당 김유정 의원 외에 소문으로만 떠돌던 추가 정치인 사찰이 실제 이뤄졌던 것이다.

문건은 정치인 사찰이 단순한 동향 파악 수준을 넘어서는 일종의 '기획 사찰'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해야 할 일 12'라는 제목으로 2009년 1월21일 작성된 파일에는 '사하구청장 조정화:현기환(초선ㆍ사하갑) 의원 대통령 비방. 친박(親朴) 쪽으로 9일 상경. 국회의원은 현 의원을, 산하단체는 광주은행 감사(정두언과 친함)를 타깃으로'라고 명시돼 있다. 또 같은 해 9월16일, 10월14일 작성된 파일에는 '백원우·이석현 관련 후원회, 동향, 지원 그룹이 실체가 드러나도록 보고하라'는 내용도 나온다.

어떤 방식으로 사찰이 이뤄졌는지 알 수 없지만, 파일 문구에 드러나듯 '특정 정치인을 찍어 없는 정보를 만들라는 지시'가 있었다는 사실은 분명해졌다. "업무 특성상 공무원, 정치인, 민간인 할 것 없이 많은 첩보가 모이고, 이를 단순히 확인하는 작업이었다"는 지원관실 직원들의 변명은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됐다.

문건에 등장한 의원들은 모두 집권세력과 각을 세웠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특징이다. 백원우 의원은 3년 전 고 노무현 대통령 장례식 당시 이명박 대통령을 "살인자"라고 비난했고, 정두언 의원은 이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의원을 상대로 수시로 날선 비판을 했다. 현기환 이석현 의원도 모두 MB정권에 각을 세웠던 인물이다. 지원관실이 드러나지 않은 '윗선'에 의해 MB정권 보위 목적으로 악용됐다는 의혹이 확인된 셈이다.

아울러 문건에는 고위공무원, 공공기관장, 케이블 방송사 대표 등에 대한 불법사찰로 의심되는 내용도 등장한다. 강계두 전 대덕연구개발특구지원본부 이사장 관련 문건에는 '호남과 고려대만 죽어라 챙긴다. 따라붙어서 잘라라'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우제창 전 한국학술진흥재단 사무총장 관련 문건에는 '목포대 파가지고 확실히 정리 要(요)'라는 문구가 나온다. 우 전 사무총장이 자리에서 물러나 목포대 교수로 갔지만 '끝까지 사찰해서 손을 보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또 김태석 전 여성가족부 기획조정실장 문건에는 '(현직에서) 날릴 수 있도록'이라는 문구가 있고, 노대래 전 기획재정부 차관보도 사찰 대상으로 등장하고 있다. 이밖에 권모 전 KT&G 사장, 박모 전 대한전문건설협회장, 케이블방송사인 CMB 대표 이모씨도 문건에 이름이 등장하고, 한 인사와 관련해서는 '구 여권 실세에게 금품을 전달한 의혹이 있으니 향후 정치적으로 활용해야 된다'는 내용까지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직자 기강 확립 목적으로 설치된 지원관실이 정상적 업무범위와 감찰방식을 넘어 불법을 수시로 자행했다고 의심받을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권지윤기자 legend8169@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