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몬저축은행 등 4개 저축은행이 퇴출되기 이틀 전인 4일. 김모(59)씨는 퇴출 명단에 H은행이 포함됐다는 소식을 접하고 현대스위스저축은행으로 달려가 만기가 한 달밖에 안 남은 1년짜리 적금(월200만원ㆍ연5.8%)을 깼다. 6월 만기까지 놔뒀으면 받게 될 이자는 75만4,000원(세전)이었으나, 중도해지를 하는 바람에 그의 주머니엔 달랑 몇 만원만 들어왔다. 김씨는 "그 돈을 시중은행에 예치하려고 보니 4%대 금리는 인터넷뱅킹이나 스마트폰뱅킹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하는데 다룰 줄 모르고, 뒤늦게 알게 된 특별판매 정기예금은 벌써 마감이 됐다"고 허탈해 했다.
반면 서울 도곡동 타워팰리스에 사는 이모(62)씨는 지난달 초 솔로몬저축은행에 맡겨둔 예금 4,000만원을 빼 산업은행의 4.4% 특판예금으로 갈아탔다. 산업은행 도곡지점에서 은행별 금리 분석 자료를 보내준 덕이다. 이씨는 "은행과 증권사, 보험사 등에서 경쟁적으로 매달 고금리 예금정보를 알려주니 적당한 투자처를 고르기 쉽다"고 말했다.
금융정보 격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거액 자산가들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며 국내 금융회사들이 우후죽순 프라이빗뱅킹(PB)센터를 열고 있는데 대부분 강남, 서초, 송파 등 강남벨트에 집중돼 있는 영향이 크다. 게다가 부유층 고객 유치 경쟁이 격화하면서 우대금리 예금 등 서민들에게 더 절실한 상품 정보마저 슈퍼리치에게 쏠리고 있다. '아는 게 돈'인 세상에서 금융정보의 편중이 부의 격차를 더욱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15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ㆍ우리ㆍ신한ㆍ하나ㆍ기업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PB센터는 총 240개. 이중 34.2%(82개)가 서울 강남 3구에 몰려 있다. 또 1월말 공공기관에서 해제된 뒤 개인금융 부문을 확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산업은행도 강남에 집중적으로 지점을 열고 있다. 서울에 25개 영업점을 갖고 있는데 강남 3구에만 절반이 넘는 14개가 몰려 있다.
한 은행의 자산상담가(PB)는 "금융자산가에게 신뢰를 얻으면 본인뿐 아니라 가족의 자산까지 유입돼 은행 수익과 PB 실적 및 경력에 큰 도움이 된다"며 "부자들은 번잡한 대로변보다 부유층 주택가나 호텔 등의 지점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금융회사 간 경쟁이 심화하면서 강남에 몰려있는 은행 PB들이 서민대상 금융상품 정보마저도 부자들이 먼저 알 수 있게 하는 창구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부자들은 금리에 민감하고 안전한 투자를 선호해 타 은행보다 0.5~1.0% 우대금리를 더 해준다거나, 특판 예적금 판매 정보에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조남희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국내 금융자산을 독과점하다시피 하는 대형은행들이 서민들의 거의 유일한 목돈 마련 통로인 예ㆍ적금 등 정보까지 부유층 고객에게 더 먼저, 더 자세히 알려주면서 일반 고객들은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PB센터와 지점 등이 동네에 없어 지리적으로 외면 받고, 스마트기기 사용법도 몰라 은행의 우대금리가 '그림의 떡'인 서민 고객들에게도 금융 정보 및 혜택 받는 방법을 제대로 알려주는 것은 금융회사의 기본적인 사회적 책무"라고 말했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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