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인들은 어떤 옷을 입었을까. 삼국시대가 배경인 TV 사극에서 더러 보기는 하지만, 실제 유물이 남아 있지 않아 정확히 알 길은 없다. 백제 패션을 보여주는 사료는 6세기 중국 그림인 '양직공도(梁職貢圖)'가 유일하다. 양나라에 온 외국 사신들을 그린 이 그림에서 백제국사는 무릎을 살짝 덮는 두루마기에 통 넓은 바지를 입고 있다.
한성백제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백제의 맵시_옷과 꾸미개'는 실물이 없어 확인할 수 없는 백제의 옷을 한중일 고대사 문헌에 흩어져 있는 기록과 고분벽화 등을 참조해 재현했다. 중국의 여러 사서에 "백제의 복식은 고구려와 흡사하다"고 했는데, 안악3호분 덕흥리고분 등 고구려 고분벽화에서 고구려 패션을 알 수 있다. 백제가 고대 일본에 복식문화를 전한 사실을 바탕으로 일본 황실 보물창고인 정창원의 관련 유물도 참조했다. 그렇게 고증을 거쳐서 만든 백제인의 옷 25점을, 한성백제 시기(기원전 18~기원후 475년)의 귀고리, 구슬 등 장신구 70여 점과 함께 선보이고 있다. 왕과 왕비, 귀족, 관리, 서민의 옷부터 장수의 갑옷과 병졸의 군복까지 두루 볼 수 있다.
왕과 왕비 옷은 전시장 첫머리에 걸려 있다. 조하주(백제가 중국과 일본에 수출하던 최고급 비단)로 지은 왕의 도포는 화염 무늬가 일렁이는 자색 바탕에 용 문양을 수놓았고 바지는 짙은 청록색이다. "백제 왕은 대수자포(大袖紫袍ㆍ속소매가 큰 자주색 도포)에 청금고(靑錦袴ㆍ푸른 비단 바지)를 입는다"는 중국 고서의 기록과 안악3호분 벽화의 묘주 옷차림에 따른 것이다. 용 문양 자수는 백제 유물인 공주 수촌리 금동관의 용 문양과 무령왕릉에서 나온 천 조각에 남아 있는 사슬수를 따랐다. 왕비의 옷은 엉덩이를 덮는 긴 저고리와 어깨를 덮는 짧은 소매의 덧저고리, 주름치마를 만들었는데, 한성백제의 기왓장 유물에서 보는 꽃무늬를 금박으로 찍고 꽃마다 화심에 작은 구슬을 박았다. 공주와 왕자, 귀족의 옷에 박힌 무늬들도 모두 백제 유물에 나타난 것들로 했다.
여자 옷의 기본 형태는 도포 비슷한 긴저고리와 치마다. 공주를 모시는 시녀는 층층 주름치마를 입었는데, 단마다 끝에 얇은 띠를 둘러 멋을 냈다.
이 옷들은 채금석 숙명여대 의류학과 교수가 만들었다. 10년 이상 한국 고대복식을 연구해온 그는 "백제는 직조 기술과 자수가 발달한 나라였다"며 "백제의 옷은 흐르는 듯 유려하면서도 풍요로운 것이, 진정성의 미학을 보여준다"고 설명한다.
이번 전시는 한성백제박물관의 개관 특별전이다. 문 연 지 보름이 된 이 박물관은 한성백제 유적인 몽촌토성과 풍납토성이 있는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안에 있다. 전시는 9월 14일까지. (02)2152-5800
오미환 선임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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