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연주회는 이를테면 시장 조사의 자리였다고나 할까요?” 퓨전 국악 밴드 풀림앙상블의 맏언니 김현남(39ㆍ바이올린)씨에게는 큰 일을 몇 번 치러낸 사람 특유의 늘푼수가 느껴진다. 데뷔 음반 ‘아침 향기’를 내고 12일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같은 이름으로 치른 콘서트도 성공했다.
‘아침 향기’를 완성한 것은 지난해 12월. 그러나 이들은 올해 4월에야 시장에 내놓았다. 속전속결의 세태를 비껴가듯 이들의 시계는 한참 늦게 간다. 2008년 프로젝트 팀으로 결성, 이제 1집을 발매했고 수록곡 위주로 공연을 막 마친 것 또한 그렇다. “1집 내고 첫 번째 유료 무대였는데, 관객이 500여명 오셨죠. 아직 이름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제법 많이 온 거죠?”
김씨는 “아무도 안 가는 길을 가보자”는 각오로 작곡가 홍동기씨와 함께 이 프로젝트 그룹을 구상하게 된 데는 “일반과 점점 멀어지는 클래식의 자구책이라는, 나름 절실한 이유가 있었다”고 했다. 그를 믿고 첼로, 플루트 등 서양 악기 주자들이 따라 들어 왔다. 결성 당시부터 정서와 리듬은 한국적이어야 한다는 전제를 세웠다. 자기 분야에서 수준급의 기량을 확보한 젊은 국악ㆍ양악 주자들이 이뤄낸 실험과 화합의 틀이 구워진 것이다. 행여 반응이 없으면 어쩌나, 걱정했던 것도 사실이다.
이들은 발전 도상에 있다. 처음에는 드럼도 없었고 가야금, 대금, 바이올린, 피아노가 중심인 단출한 편성이었다. 지금은 11명의 동서양 악기 주자에다 작곡가 3명이 공동 작업하는 팀으로 자랐다.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기 전, 이들은 국가적 행사장의 단골 주자였다. 한중일 문화장관 회의(2008년), 한일문화축제한마당(2009년), G20 정상회의 특별만찬 문화 공연(2010년), 한ㆍ호주 수교 50주년 기념 공연(2011년) 등이 이들의 무대였다.
그러나 진정 대중과 소통하고 있는지, 항상 자문한다. 그는 “TIMF(통영국제음악제)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현대음악, 국악과 협연 등 비대중적 노선을 걸었지만 연주자로서는 허무하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이번 무대에 앞서 그가 ‘시장 조사’를 한 까닭이다. “젊은 층의 반응을 보려고 춘천까지 가서 공연했는데, 대학생들의 열광적 반응을 보고 우리 길의 당위성을 확신했다고나 할까요.”
아직 무대 연출, 무대 매너 등에서는 미흡하다는 판단이다. 그는 “3년 이내에 세계적으로 유명해질 것”이라고 했다. 향후 1년으로 잡은 전국 순회 연주는 이를 위한 노하우 확보 기간이다.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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