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9월 초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불참키로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오바마 대통령에게 18, 19일 미국 워싱턴 인근 대통령 별장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리는 주요8개국(G8) 정상회의에 불참하겠다는 뜻을 전한 지 6일만이다. 외신은 이를 두고 두 정상이 신경전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9월 3~6일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되는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지역 전당대회와 APEC 정상회의 일정이 겹친다며 불참을 통보했다. 푸틴 대통령이 밝힌 G8 정상회의 불참 이유는 새 내각 구성 작업의 마무리.
그러나 외신은 두 정상이 서로에게 가진 서운함과 불만의 표출이라고 보도했다. 실제 미국과 러시아는 수년째 유럽 미사일방어(MD) 시스템을 놓고 정반대의 입장을 보여왔다.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이란의 미사일 위협 등에 대비한다며 유럽에 MD 시스템을 구축하려 하고 있지만 러시아는 미사일이 자국을 향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AP통신은 "미국이 유럽 MD 시스템을 논의하는 NATO 회의와 함께 시카고에서 개최하려 했던 G8 정상회의의 장소를 캠프 데이비드로 옮겼지만 러시아를 참석시키려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다"고 전했다. AFP통신은 "러시아가 1998년 G8 가입 이후 이 회의에 얼마나 신경을 썼는지 모두가 안다"며 "푸틴 대통령이 취임 후 첫 해외 방문국으로 미국이 아닌 중국을 선택한 것만으로도 미국은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은 그러나 두 정상이 다음달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멕시코에서 양자회담을 갖는다며 두 사람의 신경전을 부인했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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