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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누구를 대통령으로 선택하나

입력
2012.05.15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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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룡(潛龍)들의 출마선언이 릴레이처럼 이어지고 있다. 여권에서 김문수 정몽준 임태희 이재오 등이 줄지어 출마선언을 했다. 박근혜는 날짜만 보고 있다. 야권은 내달 초 전당대회가 끝나면 한꺼번에 러시를 이룰 것이다. 문재인 손학규 김두관 정세균 정동영…. 여기에 장외에서 등판 시기를 저울질 하고 있는 안철수까지.

선거를 7개월 앞둔 시점에서 의외의 인물이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 현재 거론되는 인물군에서 대통령이 나오리라는 걸 예측하기는 어렵지 않다. 하지만 누구일까 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지금으로서야 박근혜 안철수가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지만 변화무쌍한 우리 정치생태계를 보면 판도가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어차피 코끼리 다리 만지기지만 역대 대통령에 대한 평가를 되짚어보면 실마리가 조금은 풀리지 않을까 싶다. 적어도 차기 대통령은 이런 사람이 되면 안 된다는 교훈은 얻지 않겠나.

먼저 이명박 대통령을 보자. 정권의 성격을 한마디로 규정하기가 쉽지 않다. 초기엔 친부자-친재벌 정권이었으나 임기 중반쯤부터는 친서민-상생, 공생발전 등을 외쳤다. 오락가락하다 보니 양쪽 모두로부터 공격을 당했다. 철학과 비전이 없던 탓이다. 대한민국호(號)를 어디로 어떻게 이끌어 가겠다는 인식이 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대권을 쥔 결과다. '고소영'으로 대변되는 인사난맥상과 측근들의 잇단 구속으로 도덕적으로도 취약한 정권임이 드러났다. 그런데도 "도덕적으로 가장 완벽한 정권"이라고 흰소리를 해댔으니.

노무현 전 대통령은 권위주의를 청산한 대통령으로 기억된다. 그가 자라온 환경은 권위와 특권을 용납하지 않았다. 과감히 기득권 세력 해체에 나섰다. 하지만 원칙주의가 지나치면 독선이 된다. 정권 내내 끊임없이 갈등과 충돌이 재생산됐다. 쓸데없이 국력이 소모됐다. 지나치게 많은 말과 독설에 가까운 언변은 남을 상처 냈고 스스로를 흠집 내는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역대 정권에서 '준비된 대통령'으로 평가를 받은 유일한 인물이 김대중 전 대통령이다. 외환위기를 극복했으며, 햇볕정책을 과감히 밀어붙였다. 남북정상회담도 이뤄냈다. 개혁의 성과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완벽주의는 단점이기도 했다. 모든 것을 자기가 챙겨야 직성이 풀렸다. 남의 의견을 듣기보다는 자신의 주장을 주입하기에 바빴다. 무엇보다 정치스캔들이 많았다. 옷로비, 정현준, 진승현, 이용호, 최규선 등 게이트의 시대였다. 아들 셋 모두 게이트에 휘말리고 측근들도 비리에 연루됐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문민대통령'이라는 화려한 수식어를 달고 출범했지만 경제를 너무 몰랐다. 사회여건도 다져지지 않은 상태에서 섣불리 신자유주의를 도입했다. 결국 IMF 외환위기 사태를 초래해 '나라를 말아먹은 지도자'라는 오명을 썼다. 지도자가 무지하면 어떤 결과를 낳는지를 여실히 보여준 사례다. 그 역시 아들이 국정을 농단하는 등 주변관리에 소홀해 권력형 비리가 속출했다.

국가 지도자에게 요구되는 자질은 여러 가지가 있다. 비전, 신념, 카리스마, 도덕성, 결단력, 판단력 등. 이 가운데 가장 우선적으로 갖춰야 할 자질은 비전이다. <걸리버 여행기> 를 쓴 영국의 풍자작가이자 정치평론가인 조너선 스위프트는 "지도자의 역할은 비전을 생생히 밝혀 그를 따르는 사람들이 그 것을 받아들여 자신의 비전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비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비전 못지않게 중요한 게 도덕성이다. 권력자들의 온갖 비리가 쏟아지는 요즘 상황에서는 도덕성이 비전보다 더 중요한 가치일지도 모른다. 불행하게도 역대 대통령 누구도 도덕성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자식과 측근들의 비리로 임기 말에는 예외 없이 식물대통령으로 전락했다. 도덕적 우월의식마저 가졌던 노 전 대통령도 결국은 목숨을 버려야 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되풀이되는 지긋지긋한 권력형 비리의 사슬을 끊을 수 있는 인물, 남은 7개월 동안 그런 사람을 찾아야 한다.

이충재 논설위원 c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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