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이런 질문을 받곤 한다. 외롭지 않느냐고. 외로운 게 어떤 감정인지 느껴본 적 없다고 하면 십중팔구 잘난 척이라는 비아냥도 따라붙곤 하지. 외로움…. 나는 언제 그 단어 아래 내 무릎을 꿇릴 수 있을까. 몇 년 전 산더미처럼 쌓인 일을 뒤로한 채 홀로 정동진행 버스에 오른 적이 있다.
일은 둘째치고라도 처리하지 못한 일로 내가 나를 죽일 지경이었기 때문이었다. 직장 동료들의 배웅을 받으며 버스터미널로 향하는데 한 선배가 내게 말했다. 쉬러 간다며 캐리어에 책을 수북이 담는 이유가 뭔데? 예약해둔 호텔에 도착하고 보니 아무리 둘러봐도 혼자인 이는 나뿐인 듯했다.
동행은 정말 없으신가요? 왜요? 혹시 죽으러 왔나 싶어서요? 바닷가는 온통 커플들 천국이었다. 옆구리 살이 터지도록 서로 끌어안은 것까지는 봐주겠는데 왜 다들 보는 데서 입을 맞추는지 원. 서울서 전화를 걸어온 선배가 옳거니 물었다. 그거 보니 너 외롭지? 외롭긴, 저러다 쌈질하고 죽이기도 하는 게 사랑일걸.
그래도 사람의 살이라는 게 얼마나 큰 위로를 주는지 아니? 혼자서 영화 '은교'를 보고 나오는데 문득 그 대사가 생각났다. 여고생이 왜 남자랑 자는 줄 알아요? 외로워서요. 영화관을 빠져나오는 무수한 사람들 틈을 가르고서 재빨리 택시를 잡아탔다. 세탁기 안에 그대로 꼬여 있을 빨랫감들이 생각나서였다. 외로움도 속옷 뽀송뽀송 말려 입은 뒤에나 얘기하자고요!
김민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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