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츰 안정세를 찾아가는 듯 하던 국제유가가 유럽연합(EU)의 대(對)이란 제재 여파라는 암초를 만났다. 이에 따라 하반기 국내 경제에도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정부는 “충분히 충격을 흡수할 수 있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지만, 이란 사태가 럭비공처럼 어느 방향으로 튈 지 몰라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15일 정부와 석유공사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주로 수입하는 중동산 두바이유 가격은 최근 배럴당 110달러 아래(14일 현재 107.94달러)로 떨어지며 꾸준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1월 초 105.91달러로 출발했던 두바이유는 3월 120달러대까지 치솟았다가 4월 110달러대, 5월 들어선 100달러대로 안정을 되찾는 모습이다. 국제 사회는 물론, 우리 정부도 하반기로 갈수록 유럽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둔화와 미국의 국제 원유수급 안정조치 등에 힘입어 유가가 더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었다.
하지만 EU가 7월부터 이란산 원유수입 중단과 함께 각국 원유수송 선박에 대한 보험까지 중단하겠다고 밝히면서 상황이 복잡해졌다. 대부분 유럽계 보험사에 의존하는 원유수송 보험이 중단되면 각국 통과나 입항이 금지돼 우리로선 사실상 이란산 원유수입이 불가능해진다. 이란산은 지난해 국내 수입 원유의 9.4%를 점했지만 올 들어선 3~4%대까지 비중을 낮춘 상태다. 그렇다 해도 수입이 끊기면 단가가 비싼 다른 원유를 들여와야 해 국제유가 하락세와는 별개로 우리나라의 원유도입 단가는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현재 EU 측에 보험 제공을 계속해 줄 것을 요청하는 한편, 중동권 국가들을 상대로 대체 수입선을 확보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성사 여부는 불투명하다. 하지만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관련국과 협의 중이며 (비록 수입이 중단돼도) 대체 수입선을 확보해 중ㆍ장기적 수급에는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며 낙관론을 폈다.
일각에선 “이란 사태는 이미 국제유가에 반영돼 있고 비상시 다른 산유국의 증산 가능성도 높아 유가가 반드시 급등한다고 단정하긴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정부의 올해 두바이 유가 전망이 여전히 100달러에 고정돼 있는 상황에서 유럽발 악재는 하반기 경제운용에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재정부 관계자는 “무엇보다 이란 사태의 향방을 예측할 수 없어 경제 전반에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김종한기자 tellm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