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의 유로존 퇴출 가능성이 높아지고 스페인과 이탈리아로 위기가 확대되면서 전세계 금융시장이 유럽발 충격에 휘청거리고 있다. 회원국의 재정건전화를 위해 힘겹게 쌓아 올린 유로존이라는 방파제가 이번 위기로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15일 가장 먼저 장을 시작한 아시아 증시는 유럽 악재에 맥없이 무너졌다. 한국 코스피는 개장과 함께 1,900선 아래로 추락하며 등락을 거듭하다 결국 전날보다 14.77 포인트(0.77%) 빠진 1,898.96에 장을 마쳤다. 일본 증시 역시 장중 약세를 면치 못한 채 닛케이 225 지수가 0.81%, 토픽스 지수가 1.23% 빠졌다. 시드니(0.71%), 상하이(0.85%) 증시도 하락 마감했다.
전날 미국 증시 역시 그리스 사태가 악재로 떠오르면서 급락세를 보였다. 유럽에서는 이탈리아와 스페인이 그리스 악재의 직격탄을 맞았다. 14일 무디스는 이탈리아 대형은행 유니크레디트와 인테사 산파올로를 비롯한 26개 은행의 신용등급을 무더기 강등했다. 무디스는 “이탈리아가 올해 초 이미 침체기로 진입했으며 회복 기미는 없다”고 못박았다.
스페인도 불안하다. 스페인 정부는 최근 긴축 확대, 방키아 은행 국유화, 은행 대손충당금 확충 등 조치를 잇달아 발표했으나, 시장 불안을 잠재우지 못했다. 스페인 국채(10년물) 금리는 14일 6.30%까지 치솟아 독일 국채와의 스프레드(가산금리)는 486bp(1bp=0.01%)로 유로존 창설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스페인과 이탈리아마저 무너지면 유로존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 세계 경제가 파국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도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위기가 스페인 등 다른 국가로까지 확산되면서 유로존이 구축한 방화벽(유럽재정안정기금ㆍEFSF)에 대한 신뢰가 점점 낮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EFSF는 5,000억 유로 규모인데, 스페인 은행권을 정상궤도에 올리는 데만 1,000억~2,500억 유로가 필요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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