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열(56) KT 홈고객부문 사장이 2010년 7월 검찰의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 수사가 시작됐을 당시 이영호(48ㆍ구속기소)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의 부탁으로 차명전화를 개설해준 것으로 드러나면서, 불법사찰 사건의 증거인멸 과정에 '영포(영일ㆍ포항)라인'이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박윤해 부장검사)은 서 사장이 이 전 비서관의 부탁을 받고 검찰의 압수수색 이틀 전인 2010년 7월7일 KT대리점 사장의 자녀 명의로 차명전화를 만들어준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석(42ㆍ구속기소) 전 청와대 행정관은 이 전화기를 전달 받아 그날 오후 장진수 전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에게 건네면서 증거인멸을 지시했다.
검찰은 이 전 비서관과 최 전 행정관, 서 사장을 최근 조사해 이 같은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1차 수사 당시에는 최 전 행정관이 장 전 주무관에게 차명전화를 전달한 사실만 확인됐고 이 전 비서관과 서 사장의 관여 사실은 밝혀지지 않았다.
검찰은 이 전 비서관에게 차명전화 개설을 지시한 윗선이 있었는지 추궁하고 있다. 특히 서 사장의 친형이 이 대통령과 같은 포항 동지상고 출신이고, 이 전 비서관도 포항 출신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진경락 전 지원관실 기획총괄과장은 최근 검찰 조사에서 "증거인멸의 윗선은 청와대 민정수석실로 알고 있다"고 진술했다.
서 사장은 이날 서면 자료를 통해 "이 전 비서관으로부터 업무 용도로 쓰겠다는 말을 듣고 휴대폰을 제공했지만 어떤 의도로 사용됐는지는 전혀 몰랐다"고 밝혔다.
검찰은 앞서 국무총리실 차장을 지낸 박영준(52ㆍ구속) 전 지식경제부 차관도 차명전화를 사용한 정황을 포착했다. 박 전 차관이 이모 전 비서관의 지인 명의로 개설한 휴대폰으로 2010년 7월7일 사찰 관련 보고를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휴대폰이 장 전 주무관이 수원의 한 IT 업체로 찾아가 총리실의 컴퓨터 하드디스크 4개를 파괴해 증거인멸을 한 당일 사용된 점에 비춰, 박 전 차장이 불법사찰 전반에 관여한 것이 아닌지 살펴보고 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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