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이 상식을 초월하는 '구태 정치 종합판'으로 전락함에 따라 12월 대선을 앞두고 야권연대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민주통합당에선 "대선에서 저런 세력과 함께 국민에게 표를 호소한다는 것은 이미 불가능한 얘기"라는 탄식이 나온다. 겉으로는 말을 아끼지만 내부에선 "대선까지 망칠 셈이냐"며 이번 기회에 관계를 끊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당 핵심관계자는 14일 "현재로선 야권연대의 득은 거의 없고 실만 가득하다. 중도층은 말할 것도 없고 진보 지지층도 손을 털고 나가는 국면"이라며 "자정 노력을 지켜보겠지만 이미 국민의 마음을 돌리기는 어려울 것이므로 연대 자체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위기 의식은 대선과 총선의 성격이 구별된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총선은 정권 심판 성격을 갖고 있지만 대선은 미래 비전을 놓고 경쟁하는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사태로 차기 정권을 함께 만들 연대 세력이 민주주의 원칙을 흔들고 심지어 종북주의에 물든 집단이라는 부정적 얘기들이 확산되고 있다.
아직까지 민주당 내부에서는 '조건부 야권연대 유지'를 주장하는 의견이 많다. 설훈 당선자는 "구당권파가 2선으로 완전히 물러나지 않을 경우 연대를 파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설 당선자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도 동북아 평화 유지의 균형추 역할을 한다는 주장에 동의했다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말씀했는데 통합진보당 구당권파가 그런 점을 알고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했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향후 야권연대의 수위나 내용이 자연스럽게 재조정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전병헌 의원은 "지금까지는 우리가 중도층의 움직임을 걱정하면서도 '큰형'으로서 포용하고 요구도 수용하며 끌고 가라는 사회적 압박과 요구가 많았지만 앞으로 그런 여론은 사라질 것"이라며 "전면적 연대가 아닌 전략적 제휴 관계, 국지적이고 부분적인 연대로 바뀌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추후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의 연대를 위해서라도 통합진보당과의 관계를 정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안 원장의 정치 색채는 통합진보당과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대선에선 반(反) 새누리당 세력의 단 한 표라도 아쉽기 때문에 깊이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서영교 당선자는 "통합진보당 지도부 간 충돌과 별개로 노동자 서민을 위한 진보정당의 헌신을 지지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며 "어려울 때 좀더 이해하고 한미동맹 폐기와 같은 과도한 주장과 민주당의 정책은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연대를 끌고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당내 인사는 "곧 당 대표 경선이 끝나고 6월 국회가 개원하면 치열한 대여 투쟁을 개시하게 된다"며 "통합진보당 문제는 어떤 형태로든 정리되고 예상보다 빨리 잊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보수진영의 야권연대 깨기 전략에 따라가는 것은 미숙한 전략"이라며 "어차피 대선은 1대1 싸움이어야 한다"고 말해 야권연대 파기 주장을 일축했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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