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이 14일 어렵사리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하지만 구당권파가 비대위 체제를 인정할 수 없다고 맞서면서 당분간 '한 지붕 두 가족' 상황이 불가피하게 됐다. 게다가 구당권파가 중앙위원회의 전자투표에 대해 "원천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어서 자칫 소송전으로 비화할 개연성도 있다.
통합진보당은 이날 강기갑 원내대표를 위원장으로 하는 비대위를 발족했다. 세부 인선과 구체적인 활동 계획 등은 강 위원장에게 일임했다. 새 지도부가 구성될 내달 말까지 당 운영의 전권이 강 위원장에게 부여된 것이다.
향후 비대위 활동은 크게 두 축으로 진행된다. 중앙위에서 의결한 전면적인 당 쇄신 작업과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공정한 관리 등이다. 이와 관련, 강 위원장은 국민들에게 "마지막으로 한번 더 피눈물 나는 혁신과 쇄신의 노력을 응원해 달라"며 고개를 숙였고, 당원들에겐 "비대위에 힘을 모아 달라"고 당부했다.
비대위는 이제 출발선에 섰지만 앞날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구당권파가 "비대위를 인정할 수 없다"(우위영 전 대변인)며 강력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경기도당 소속 한 당원이 "중앙위 전자투표 결정은 무효"라며 서울 대방동 당사 앞에서 분신까지 기도했을 정도다. 비대위 체제 수용이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일부 있지만 전반적인 흐름과는 거리가 멀다.
구당권파가 이의를 제기하는 표면상 이유는 지난 12일 중앙위 성원 과정에 당규 위반이 있었고, 13~14일 진행된 중앙위 전자투표가 당의 공식 시스템을 이용하지 않아 정당성이 없다는 것 등 두 가지다. 하지만 실질적인 이유는 이석기ㆍ김재연 비례대표 당선자의 거취에 대한 우려다. 비대위가 실행에 옮기겠다고 공언한 중앙위 의결 중 하나가 경쟁 명부 비례대표 총사퇴이기 때문이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양측이 타협할 여지가 거의 없다. 비대위는 여론을 의식해 이를 반드시 관철시킬 태세이고, 구당권파는 이들을 지키지 못하면 훗날을 장담할 수 없다는 위기감 때문에 사활을 걸고 이를 막아내려 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구당권파가 당분간 중앙위 의결의 절차적 하자를 주장하며 당 전체를 '이중 권력' 상태로 몰아갈 것이란 전망이 많다. 특히 구당권파는 경우에 따라 소송도 불사할 태세다.
물론 실제 소송이 진행될 경우 구당권파의 의도가 관철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중앙위원 교체는 통합에 참여한 3주체의 자율에 맡긴다는 공동대표 간 합의가 있었고, 전자투표는 개인별로 본인 확인 절차를 거쳤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법원도 정당 내부의 문제인 점을 감안해 명백한 위법이 발견되지 않는 한 확정된 결과를 뒤집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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