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연정 구성이 난항을 거듭하면서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가능성이 공론화하고 있다. 카롤로스 파풀리아스 대통령은 13일 정당 대표를 초청해 연정구성비상회의를 열었으나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 협상은 14일 재개되지만 제2당인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이 불참을 선언, 결국 재총선으로 갈 수 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시리자 당수는 이날 회의가 끝난 후 국영 NET방송과 회견에서 "국민이 반대하는 (긴축)정책을 계속 추진하려는 정부의 들러리를 설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제1당 신민당과 제3당 사회당 대표를 향해서는 "범죄 가담을 요구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전문가들은 연정구성이 실패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내달 17일 재총선을 치르게 되는데 한 여론조사기관은 시리자가 지난 총선 득표율인 16.6%보다 높은 20.5%를 얻어 제1당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뉴욕타임스(NYT)는 "긴축 정책에 대한 그리스인의 의식이 변했다"는 분석 기사를 내놨다. 신문은 "유로존 잔류와 긴축정책 폐기를 동시에 약속한 치프라스에 유권자들의 마음이 움직였다"며 "그 동안 긴축 아니면 탈퇴라는 공포 속에서 허리띠를 졸라매던 분위기가 긴축 외에 더 쉬운 길이 있을 것이란 생각으로 바뀐 것"이라고 전했다. 아테네의 한 시민은 NYT 인터뷰에서 "그들(유로존 정상들)이 허풍을 치고 있다"며 "그리스가 탈퇴하면 유로존에 얼마나 많은 손해가 발생하는지 아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유로존의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럽중앙은행(ECB)이 그리스의 유로존 퇴출을 공론화하기 시작했다고 14일 보도했다. 뤽 콘 벨기에 중앙은행장은 "그리스와 유로존은 평화롭게 결별할 수 있다"며 "그리스가 회원국으로 남는데 관심이 없다면 탈퇴를 허용해야 한다"고 단언했다. 옌스 바이트만 분데스방크 총재 역시 "그리스가 긴축 약속을 이행하지 않으면 어쩔 도리가 없다"며 "그렇게 되면 우리도 도울 수 없다"고 경고했다. 올리 렌 유럽연합(EU) 경제통화담당 집행위원은 "유럽은 2년 전보다 그리스 이탈 가능성에 훨씬 더 탄력적인 입장"이라고 말했으며 패트릭 오노한 아일랜드 중앙은행장은 "(그리스 이탈 충격을) 기술적으로 통제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피어 젠손 스웨덴 중앙은행 부총재를 인용해 "유럽 중앙은행장들이 그리스의 유로 이탈 가능성과 충격 대처 방안을 논의하기 시작했다"고 11일 보도했다.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하면 1999년 유로존 출범 이후 첫 탈퇴국이 된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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