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의 유력 대선 주자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 선거 캠프에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사단이 속속 가세하고 있다. 정치고문 칼 로브와 함께 부시의 최측근으로 통했던 에드 길레스피가 선임 정치고문으로, 부시 정부의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에서 일한 경제학자 글렌 허바드와 그레그 맨큐가 경제팀에 각각 합류했다. 칼 로브는 1억달러 이상의 자금이 모인 슈퍼정치행동위원회(슈퍼팩) '아메리칸 크로스로드'를 이끌며 외곽에서 롬니를 돕고 있다.
부시 시절 백악관에서 의료정책을 담당했던 랜히 첸은 정책국장으로 일하고 있고 마이클 헤이든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과 마이클 처토프 전 국토안보부 장관은 외교ㆍ테러 문제를 자문하고 있다. 대표적인 네오콘(신보수주의자) 존 볼턴 전 유엔대사도 롬니의 정책 구상에 간여하고 있다. 부시에 의해 세계은행 총재에 임명된 로버트 졸릭은 임기가 끝난 뒤 롬니 캠프에 들어갈 것으로 보이는데 그는 13일(현지시간) CNN 인터뷰에서 롬니 진영 참가 여부에 대해 임기가 끝나는 6월 30일 이후로 답변을 미뤘다.
유능한 인사를 찾기 위해 이전 정부의 참모진을 등용하는 건 버락 오바마 캠프도 마찬가지다. 오바마 진영은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을 아예 선거광고와 기금모금 행사에 등장시키고 있다. 그러나 롬니는 오바마와 달리 정책까지 이전 정부를 따라 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에즈라 클라인은 지적했다. 대표적인 게 롬니가 부시의 부자 감세에 찬성하고 새로운 금융규제에 반대하는 것이다. 차이가 있다면 롬니가 부시보다 더 자주 재정적자 감축을 언급하고 교육개혁은 더 적게 말하는 정도다. 그러나 부시는 집권 성적이 좋지 않았고 그에 대한 여론도 아직은 비판적이다. 퇴임 4년째이지만 최근 여론조사에서 부시가 경제 문제에 책임이 있다는 응답이 여전히 다수(56%)를 차지했다. 빈곤 악화, 임금 하락, 불평등 확대, 재정적자 확대로 나타난 부시의 경제 성적은 역대 최악의 하나로 기록돼 있다. 롬니가 부시를 따라가면 역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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