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올해 하반기에 온라인을 통해 설계와 가입이 가능한 생명보험상품이 출시될 전망이다. 설계사 수수료가 포함되지 않아 저렴한 가격에 생보 상품에 가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불완전판매와 개인정보 보호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는 지적이다.
14일 생보업계에 따르면 대한생명과 교보생명이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온라인 보험상품 개발을 검토하고 있다. 대한생명 관계자는 "6, 7월경에 상품의 윤곽이 잡힐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은행의 경우 인터넷을 통한 예ㆍ적금, 대출 등의 상품들을 내놓았고, 손해보험 역시 온라인 자동차보험 등 주력 온라인 상품을 판매하고 있지만 생보업계에서는 이번이 처음이다. 2002년 삼성생명이 홈페이지 다이렉트몰을 통해 상해보험을 판매하기도 했으나 고객이 선택하면 설계사가 설명해주는 방식이어서, 고객이 온라인을 통해서만 직접 설계하고 가입하는 것과는 다르다.
업계가 온라인 생보상품에 주목하는 이유는 판매채널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2월말 현재 23개 생보사들의 고객 모집형태의 91.6%가 방카슈랑스와 설계사를 통한 것이며, 모집 방법의 97.8%가 대면방법을 택하고 있다. 이는 장기적이고 복잡한 생보상품 특성상 불완전판매의 여지를 줄이고 상품 설명을 자세히 한다는 취지 때문이다. 그러나 쇼핑은 물론 금융거래까지 점점 더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판매가 늘고 있는 추세와는 동떨어진 것이 사실이다. 미국의 경우 온라인 생보상품 판매가 1990년대 말부터 시작해 지난해 전체 판매의 10%를 차지하고 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인터넷에 익숙한 2030세대를 타깃으로 새로운 고객층을 확보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대한생명과 교보생명은 인터넷 상에서 자신의 상황에 맞는 보장과 가격을 선택하고 공인인증서를 통한 신분확인 및 전자서명 등을 거쳐 상품가입이 이뤄지는 시스템을 검토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설계사 수수료 등을 대폭 줄일 수 있어 보험료도 낮아질 전망이다. 대한생명 관계자는 "상품별로 다르겠지만 대면 가입보다는 저렴해질 여력은 충분하다"며 "단순하고 이해하기 쉬운 보험들을 중심으로 상품을 개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미국, 일본 등과 같이 정기보험, 의료보험 등이 온라인 상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문제는 불완전판매 가능성을 근절할 수 없고, 보안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보험연구원은 이날 발표한 '온라인 생명보험사업의 현황과 문제점' 보고서에서 "상품 설명의무나 적합성 원칙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불완전판매가 늘어날 수 있으며 보험료 견적과 건강검진, 청약, 계약체결 등이 인터넷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보안 및 개인정보 보호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과거 포털사이트와 금융회사 전산망 해킹사태와 같은 사고가 발생할 경우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과도한 광고비 지출로 인한 보험료 인하 효과 감소 ▦시스템 및 관련 인프라 구축에 드는 막대한 초기비용 지출 ▦기존 모집 채널과의 마찰 가능성 등도 우려되는 대목이라고 보험연구원 측은 지적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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