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31ㆍ스위스)가 피트 샘프러스(미국)가 보유하고 있는 남자부 최장 세계랭킹 1위 보유(286주) 기록을 갈아치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이했다. 페더러는 현재 샘프러스의 기록에 단 1주가 모자란 285주의 기록을 갖고 있다. 전문가들은 페더러가 메이저대회 통산 최다 우승컵(16개)을 갖고 있는 등 테니스 역사를 새로 쓰고 있지만 30세를 훌쩍 넘긴 노쇠 기미로 샘프러스의 286주 기록만큼은 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해왔다.
페더러는 14일(한국시간) 새벽에 열린 남자프로테니스협회(ATP) 1000시리즈 마드리드오픈 대회 남자부 단식 결승에서 토마스 베르디흐(27ㆍ체코)를 맞아 세트스코어 2-1(3-6 7-5 7-5) 역전승을 거두고 ATP 마스터스 대회서만 통산 20번째 정상에 올라 라파엘 나달(26ㆍ스페인)을 제치고 랭킹 2위로 뛰어올랐다. 페더러는 이로써 2010년 5월24일 나달에게 랭킹 1위자리를 넘겨준 뒤 한때 4위까지 추락했다가 지난해 3월14일 이후 다시 2위를 탈환했다.
1위 노박 조코비치(25ㆍ세르비아)의 랭킹포인트 1만1,200점에 불과 1,770 포인트가 뒤져 있는 페더러(9,430점)가 이날 개막한 이탈리아 로마 마스터스 대회에서 디펜딩 챔피언 조코비치가 4강에 오르지 못한 가운데 우승컵을 가져가면 순위가 뒤바뀔 수 있다. ATP 마스터스 대회는 우승자에게 랭킹포인트 1,000점을 부여한다. 페더러는 지난해 로마 마스터스대회에서 3회전에도 오르지 못했기 때문에 챔피언 트로피를 손에 넣게 되면 고스란히 1,000점을 추가할 수 있다.
하지만 상황은 그리 녹록치 않다. 로마 마스터스 대회는 전통의 붉은 색 클레이코트를 그대로 유지해 나달과 조코비치가 푸른 색 클레이코트에서 열린 마드리드 오픈에서 중도탈락한 망신을 되갚아 주겠다며 벼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조코비치는 "로마 대회의 클레이코트가 천국(paradis)처럼 느껴진다"며 AP통신에 호감을 드러냈다. 이밖에 다크호스 앤디 머레이(25ㆍ영국)도 출전채비를 끝내 랭킹 1~4위 '4대천왕'이 모두 명함을 내밀어 메이저대회를 방불케 하는 경쟁을 펼쳐야 한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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